암울했던 10월이 지나갔다. 의정부에서 50대 어머니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고, 부산에서는 초등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에서는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이 심경을 담은 메모를 남겨놓고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대전에서는 40대 남성이 유서를 품고 목숨을 끊었으며 숨진 남성의 집에선 아내와 아들, 딸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안타까운 소식이 잇달았다.
이 같은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1위라는 사실은 오래된 일이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전년대비 9.7% 증가한 1만 3천670명에 달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9.7% 상승했다. 특히 10대 학생들의 자살률은 전년대비 22.1% 증가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성 자살률도 인구 10만 명당 10명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15명)가 유일할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 위기가 촉발한 사회문화적 변화, 의료와 복지 사회안전망 미비 등으로 급격하게 치솟아 2003년 이후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고자 2011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학교 등에 자살예방센터가 설치됐고, 보건복지부에는 자살예방정책과가 생겼다.
그럼에도, 자살률이 증가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이 미흡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중앙부처에 전담 부서가 생겼으나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자살예방 전담 인력은 거의 전무하다. 기타 정신건강 업무와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발견한 자살 고위험군을 적정 서비스로 연계하는 제도도 미흡하다.
자살률은 그 사회가 얼마나 살만한 곳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극도의 경쟁체제로 내모는 대입 제도와 학교 폭력 등을 개선해야 하고, 생계난에 신음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사회 곳곳에 뿌린 내린 갑질 관행도 척결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도 바꿔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10여 일 후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수능 시험이 끝난 후 ‘성적비관 자살’ 뉴스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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