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횡포·공과금 먹튀·세입자 불법 룸쉐어 비일비재
법·제도 등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도 없어 분쟁땐 큰 혼란
수원시 장안구에 살고 있는 A씨(39)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전셋집을 ‘쉐어’(공유)했다. 남는 방 2개를 30만 원짜리 월세로 내놓은 것. 빈방을 활용해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한 A씨는 예상치 못한 맘고생에 시달렸다. 입주자가 월세나 공과금을 내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그의 집에서 3개월을 지낸 한 대학생 입주자는 “아르바이트 급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서 월세를 내지 않고 그대로 ‘잠수’를 타버렸다. A씨는 경찰ㆍ변호사 등에게 해결책을 문의했으나 ‘민사 재판으로 해결하라’는 말뿐이었다. 법적 장치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속앓이만 했던 A씨는 1년 3개월 만에 쉐어하우스를 접기로 결심했다.
반대로 집주인의 횡포가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용인의 한 대학교 인근 쉐어하우스에 입주한 대학생 B씨(22)는 “밤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나가라고 통보했다”고 털어놨다.
전ㆍ월세 등 거주비용이 부담되는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쉐어하우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법ㆍ제도 등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에 사업자와 입주자 간 분쟁 발생 시 큰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5일 쉐어하우스 전문 플랫폼 ‘컴앤스테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쉐어하우스는 시장 초창기인 2013년 17곳에서 올 6월 기준 1천20곳으로 급증했다. 수용 가능 인원을 뜻하는 침대 개수는 해마다 배 이상 증가, 2013년 109개에서 7천306개로 늘었다. 이중 경기도는 약 10%인 100여 곳, 침대 700여 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쉐어하우스 급증 현상은 젊은 층의 주거 부담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공개된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국내 쉐어하우스 현황 및 수요자 인식 조사’ 보고서를 보면 쉐어하우스 주요 수요 계층은 20~30대 청년층으로 ‘개인 주거비 절감’이 주된 목적이라고 분석된 바 있다.
하지만 쉐어하우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사업자와 입주자 간 분쟁을 막아줄 제도는 아직 미비하다. 쉐어하우스 운영 시 안전ㆍ위생 등 규제가 전혀 없다 보니 누구나 손쉽게 운영할 수 있으며, 집주인 동의를 얻지 않은 세입자의 ‘불법’ 룸쉐어도 다반사다.
이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쉐어하우스는 관련 법이 전무해 중개인도 관여하지 않는 ‘개인 간 직거래’ 형태”라며 “계약 시 계약서 작성에 신중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해령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