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몽골만큼 우리나라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지난 10월 31일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52) 사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장.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국가의 근간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근본 규범을 다루는 조직의 수장이다.
몽골과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가 다르다곤 하지만, 몽골 역시 헌법이 이 같은 역할을 함에는 다름이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법제정보시스템에서 몽골헌법을 찾아봤다.
1992년 1월 12일 생긴 후 한 번도 개정된 적 없는 몽골헌법은 우리 헌법과 결이 같다.
조국의 독립과 주권, 인간의 권리와 자유, 정의, 민족적 단일성 등 국가의 근간을 규정했다.
인도적이고 시민적이며 민주적인 국가사회 건설을 바라면서 만든 것이란 대목도 나온다.
헌법이 이처럼 엄중한 의미를 지닌다면, 헌법재판소장 역시 명망 높은 인물이 아닐까.
실제로 몽골에서 헌법재판소장은 상당한 권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가 한 행동을 보면 과연 헌법기구의 수장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사건 당시 강제추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통역을 맡아준 몽골 국적 여승무원에게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줄곧 범행을 부인하더니, 2차 조사에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단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과 폭언이 범죄라는 건 만국의 진리다.
그는 지난 7일 마라톤 조사 후 경찰청사를 빠져나가며 취재진의 영어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간단한 영어 회화를 알아듣지 못했을 리가 없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Танаас хлцэл чье. (타나-스 훌첼 으츠이·사과드립니다), Тэр миний алдаа. (테르민-이 알다-·제 잘못입니다)”
이 짧은 두마디, 지금이라도 그가 뱉어야 할 말은 그 뿐일 것이다.
김경희 인천본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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