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택당진항 제방 유실, 원인 철저히 밝혀내야

평택·당진항 외곽 호안(護岸) 일부가 10년 넘게 말썽이다. 호안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래를 쌓아 만든 일종의 제방인데 바닷물이 새면서 외곽 곳곳이 무너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동안 본 공사와 보강공사 등에 1천70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여전히 바닷물이 스며들어 모래가 유실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내항 개발이 어렵게 됐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 2007년 평택ㆍ당진항 내항 개발을 위해 1억400여억원을 들여 외곽 호안 5.8㎞를 준공했다. 내항 개발은 평택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조수 간만의 차로 외곽 호안 일부가 지속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해수청이 2015년 350여억 원을 투입해 보강공사에 착수했지만 모래 유실은 계속되고 있다.

황당한 것은 보강공사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지난 6월 말 준공 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모래 유실이 계속된다는 것은 공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인데 어떻게 준공 허가가 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보강공사를 하면서 시범공사에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 실제 공사에서 시범공사 때와 같은 공법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물이 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바닷물을 막기 위해 외곽 호안 공사에 들어간 모래의 양이 최소 340만 루베(㎥)에 달한다. 물로 비유하면 약 35억 리터를 쏟아부은 셈이다. 이중 바닷물에 의한 모래 유실률은 최소 10%로 추정된다. 같은 상황이 10년 넘게, 2천억원 가까운 돈을 들였음에도 반복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더군다나 보강공사까지 했는데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렇잖아도 공사 설계, 공법 등이 모두 잘못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강공사 후 감리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와 준공 허가까지 났다면 감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확한 원인 파악도 못한 채 보강공사를 하고, 보강공사 후에도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일련의 사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공사 시작 단계, 애초 공법ㆍ설계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한다. 너도 나도 문제 없다, 책임이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 해수청은 “구역이 너무 넓고 수위 자체가 정확히 나오지 않아 대책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신평~내항 간 항만 진입도로를 건설할 때 평택항 내항 외곽을 함께 ‘포켓화’해 공유수면을 매립,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바닷물이 스며 모래가 유실되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설계가 부실했는지, 공법에 문제가 있었는지, 공사 과정이 허술했는지, 감리는 적절했는지 짚어야 한다. 원인을 찾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