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목고 폐지 강행, 이게 이렇게 급한가
[사설] 특목고 폐지 강행, 이게 이렇게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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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목고를 폐지하기로 했다. 2025년 3월부터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일찍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공약이었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이 충격적이다. 교육부의 당초 계획은 단계적 전환이었다. 특목고 재지정 평가를 통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거였다. 이게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재지정에서 탈락한 자사고가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손을 들어주는 일이 이어졌다. 그러자 정부가 정부 차원의 일방적 선언을 한 것이다.
교육부는 우선 특목고 설립의 근거였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자사고 폐지 수단으로 원용됐던 재지정 운영성과 평가는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교육부의 특목고 폐지 이유는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엊그제 교육부가 발표했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 조사’에서 제기됐던 화두다. 이것과 톱니바퀴 맞아가듯 궤를 같이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특목고의 존재 이유를 ‘수월성 교육’에서만 찾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반드시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민주적 기본 가치 측면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학교의 다양성은 학교 재단의 선택권이고, 그런 학교를 찾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권이다. 특목고 폐지는 이런 기본적 교육 선택의 자유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계엄 선포하듯 갑자기 발표했다.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 한 번 없었다. 절차적 접근 방식도 생략됐다. 2025년 3월에 모두 없애겠다며 한국 교육 현장에 폭탄 던지기를 했다. 안 그래도 교육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지금이다.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정시 확대를 발표했다. ‘교육부 장관 패싱’ 논란이 일 정도로 갑작스러운 주문이었다. 그 며칠이 안 돼 이번에는 특목고 폐지까지 더 얹은 셈이다.
법치의 기본 정신도 이상해졌다. 특목고를 폐지하려는 데, 법원이 장애가 됐다. 그러자 법을 없애는 셈이다. 과거 헌법 질서를 중단하고 권력의 뜻을 주입했던 역사와 뭐가 다른가. 도대체 특목고 폐지에 이토록 에너지를 쓰는 이유가 뭔가. 혹여 일부에서 주장처럼 교육 현장에 평등적ㆍ사회적 개념을 강제하려는 것인가. 이번 발표를 보면서 그런 오해가 괜한 것도 아니란 판단이 든다. 늦었지만, 국민에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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