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헛발질과 ‘자살골’
[변평섭 칼럼] 헛발질과 ‘자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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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때문에 전쟁을 벌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1969년 7월 남미의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월드컵 예선전. 양국 모두 치열한 경기를 벌였고 응원도 과열되어 예선전에서 이긴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 공군기지를 공격하면서 100일간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 축구전쟁으로 양국 모두 4천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남미는 그렇게 축구에 다혈질이다.

1994년 월드컵 A조, 미국과 콜롬비아 경기에서도 그런 불상사가 빚어졌다.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선수가 그날 실수로 자기 골문 안으로 공을 찬 것. 이 자살골 때문에 콜롬비아는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격분한 콜롬비아 국민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선수들을 비난했다.

이런 와중에 자살골을 넣은 안드레스에스코바르 선수는 귀국해 한 나이트클럽에 들렀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분노한 시민이 총을 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축구 감독은 국민이 무서워 귀국을 못하고 한동안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만큼 자살골의 충격이 엄청났다.

축구에서 자살골은 왜 일어날까? 앞에서 말한 콜롬비아 선수는 헛발질한 게 그만 볼을 자기 골 문안으로 집어넣은 결과를 가져왔다. 통한의 헛발질이다. 이와 같은 헛발질은 아마추어들의 축구 경기에서 많이 보게 된다. 연예인들의 친선경기, 특히 코미디언 팀에서는 관중을 웃기게 하려고 일부러 자살골을 넣는 애교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에서 보여 주는 헛발질과 자살골은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의 국회 해프닝. 그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질의응답에 당사자도 아니면서 별안간 끼어들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똑바로 하라’며 나경원 대표를 나무랐다.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가 파행을 빚었고 국무총리가 사과하는 모습까지 보여야 했다. 그런 가운데 강 수석이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과의 ‘맥주 회동’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은 또 한 번의 헛발질이었다. 관중석의 국민감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된 자유한국당의 헛발질도 보기에 딱할 정도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 사퇴 후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의원들에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가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고, 조국 인사청문회대책 TF유공 의원에게 표창장과 상품권을 증정한 것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살골’이 되고 만 것이다. 여기에 끝나지 않고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도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하고 평지풍파만 일으켰다. 외연 확장을 위한 합리적 보수층과 무당 층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너무 어설프고 아마추어들 같다. 대한민국 전통 보수당으로서 어떻게 동네 축구 같은 헛발질만 하는가.

결국, 이런 헛발질 때문에 한국당은 ‘조국 사태’와 정부 여당의 경제정책 등으로 한때 민주당과의 오차범위에까지 상승했던 여론조사 지지도가 그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조국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황금어장에 나간 고깃배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정치는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 안보는 헛발질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데 이 역시 불안한 것은 왜 그럴까? 외교와 안보는 자기 골문에 공을 넣는 동네 축구의 아마추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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