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으로 기온의 차가 심해지며 서늘한 공기를 넘어 뼛속까지 시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겨울의 그 한(寒)을 한(恨)으로 표현해 노래한 시 한편을 소개한다.
현명(玄)의 포악함을 막을 수 있나 손이(巽二)까지 게걸스레 덤벼드누나 가난한 집안 살림 아내 그저 말라가고 떨어진 옷 입혔다고 딸년 내내 눈물 짜네
위 시는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 중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년) 선생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서 나오는 시로서 추위를 노래한 시이다. 시에서 현명(玄)은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의 신(神)으로 동장군(冬將軍)을 말하며, 손이(巽二)는 바람귀신을 말하고 있다.
요즘이야 추위는 각 가정에서는 각종 난방장치와 용품이 갖춰져 있기에 그리 큰 사회문제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이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위식주의 해결에 있어서 다가오는 겨울의 한(寒)을 한(恨)으로 버티고 살아야 될 우리 주위의 취약계층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도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에너지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가구의 에너지소비여건은 크게 악화됐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의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연탄 역시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계획에 따라 최근 가격이 인상되는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7년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해 ‘에너지효율개선사업’시행을 통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탄바우처사업을 비롯해, 전기와 도시가스, 지역난방 대해 요금할인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2015년부터는 에너지바우처사업이 도입돼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에너지빈곤층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인천은 구도심과 신도시 사이의 경제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구도심에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빈곤층이 존재하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서의 기성 시가지 쇠퇴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이 도시재생으로 전환되고 인천은 다양한 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람중심 소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 가동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정부의 인도주의 보조자로서 여러 인도주의 사업을 실천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인천시민들이 함께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나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선한(善寒)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청소년 약 500여 명이 참가해 기부금을 마련했다. 이 기부금과 연계해 인천시민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나눔 션샤인’을 오는 23일(토요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를 순회하면서 나눔미션을 수행하고 방한용품 총 1만 세트(1세트 당 5만 원 상당)를 제작해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나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겨울 추위 그 현명(玄)을 넘어서기 위해 더불어 함께하는 현명(賢明)함을 인천 시민들과 적십자 인천지사가 함께 하길 기원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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