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돼지사체 침출수 사고, 살처분 후속대책 안일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돼지 사체 관리가 소홀했다. 연천에서 수만 마리의 돼지 사체를 처리하지 못해 쌓아뒀다가 핏물이 임진강 지류를 오염시키는 사고가 났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고 하천이 시뻘겋게 물들자 주민들은 주변 오염 걱정에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ASF 감염 사례가 1건이라도 확인된 지역에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ASF 발병 후 연천군은 정부 방침에 따라 감염 여부를 불문하고 지역 내 돼지 16만 마리 전체를 한꺼번에 사들여 살처분하고 있다. 돼지 사체는 25t 트럭에 실려 중면 민통선 내 비어있는 군부대 영내에 마련된 매립지로 옮겨졌다. 군부대 터에선 종일 매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사체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매립하지 못하고 쌓아둔 게 산더미다.

그러다 지난 10일 비가 내리면서 핏물이 빗물과 함께 임진강 지류인 마거천을 붉게 물들이는 침출수 유출 사고가 났다. 특히 사고가 난 곳에서 몇㎞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임진강 상수원이 있어 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돼지 살처분 작업 전반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처분 시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지자체에 지시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돼지 사체를 운반하는 트럭에서 떨어진 피로 도로가 얼룩져 있고, 트럭 적재함에 실려 방치된 돼지에선 악취도 심하다. 하천 주변 마을엔 피비린내도 진동한다.

연천군의 침출수 유출은 ASF 확산을 막겠다며 후속대책 없이 예방적 살처분만 강조한 정부 탓이 크다. 정부는 전량 살처분을 외치면서 정작 매몰지 마련 등 살처분 이후 대책은 안일했다. 무조건 신속한 살처분 지시도 침출수 유출 문제를 부추겼다. 연천군은 최근 기존 렌더링 방식 외에 속도가 빠른 매몰 방식을 도입했다. 렌더링은 사체를 고온에서 가열한 뒤 퇴비 등으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매몰에 비해 위생적이지만 속도가 느려 처분 작업이 더디다. 렌더링 업체가 연천, 포천에 2곳뿐이라 하루 처리 용량이 6천 마리에 그친다. 때문에 매몰 방식으로 바꿨고, 매몰을 위해 덤프트럭에 실린 상태로 1~2일씩 적체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안다. 더 이상의 발생이 없어 다행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나친 살처분 의존정책을 택했고, 이후 매몰지 확보 등 후속대책이 허술했다는 것이다. 연천지역에 매립한 돼지 폐사체는 ASF 음성판정 돼지들이라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지만 안심할 일은 아니다. 침출수로 토양이나 지하수가 오염될 수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 매몰지 인근 하천과 상수원 상류 일대에 대한 수질검사는 물론 정기적으로 매몰지 주변의 수질ㆍ토양 오염을 체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