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인 무연고자를 때려 숨기게 한 50대 남자가 범행과 관련한 전화 통화 내용을 ‘실수로’ 녹음하는 바람에 뒤늦게 덜미를 잡혔다.
13일 수원지검 여주지청과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 이천에서 월세를 사는 홍모씨(60·무직)가 배에 찰과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홍씨의 동거인 권모씨(53·무직)는 홍씨가 잠을 자다가 숨졌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부검 결과 비장 파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홍씨가 무연고자로 주변인 조사가 쉽지 않았던데다 가해자를 특정할 증거가 없어 경찰은 사건 발생 3개월만인 지난 6월 20일 검찰에 내사 종결 지휘를 건의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는 사건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 신고자와 전화한 결과 “동거인 권씨로부터 ‘사건 전날 홍씨와 치고받고 싸웠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권씨에 대한 행적 재조사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하도록 경찰에 재지휘했다. 그 결과 디지털포렌식으로 범행사실 통화내용을 확보했다. 권씨가 사건 발생을 전후해 다른 마을 주민에게 두 차례 휴대전화를 걸어 ‘홍씨를 죽이겠다’, ‘홍씨의 복부를 때렸다’고 말한 내용이 녹음돼 있었던 것.
경찰은 전화녹음 파일을 증거로 권씨를 구속했고,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전화녹음 파일에 대한 동일인 음성 감정과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의학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권씨를 추궁해 사건전말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이천=김정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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