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평가방식 바뀌어야, 우리 교육이 바뀐다
[꿈꾸는 경기교육] 평가방식 바뀌어야, 우리 교육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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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평가방식의 시대는 갔다. 과거 주입식 교육에서 지식수준을 평가하는 평가 방법으로는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할 수 없다.

요즘 교사들은 점수로 매기는 ‘서열화’가 아닌, 학생의 활동 과정마다 드러나는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학생 성장중심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성장중심평가’는 학생의 학습 과정에서 일어나는 평가가 학생 성장과 발달을 돕고, 협력을 통한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 방식이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0월 15일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교원, 전문가, 교육전문직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등 학생평가 혁신을 위한 정책 포럼을 열고 성장중심 학생평가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이어 같은 달 29일 화성 YBM연수원에서 ‘초등 논술형 평가 확대를 위한 공감 토크’를 개최했다. 경기도 교사들은 학생평가 혁신을 위해 학생·학부모 공감대를 통한 의미 있는 성장중심평가 실천방안, 기초학력부진 학생에 대한 논술형 평가 적용 방안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서열화 평가가 아닌 성장중심평가로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지원하는 전문가와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형빈 경희대 교육발전연구소 연구위원

그 동안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학교혁신의 흐름이 확대돼 왔다. 학교혁신의 중심에는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협력적 문화와 집단지성의 힘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 및 수업 나눔 등에서는 범교과적 협의가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평가계획 수립 및 실천에 있어서는 여전히 교과 내의 형식적 협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향후에는 학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 및 평가 계획 수립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2월 새학년도 교육과정 수립 워크숍 기간에 교육과정 재구성과 연계된 평가 계획, 수행평가의 절차 및 시기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타 교과의 평가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에 붙이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이 많은 학교의 실정이지만, 평가 계획도 범교과적으로 함께 논의를 해야 수행평가가 특정한 시기에 몰리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범교과적 통합 교육과정 운영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신화가 강한 사회다. ‘평가의 공정성’을 강조하다 보면 ‘평가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평가의 자율성’이 위축되면 ‘평가의 전문성’이 신장될 여지가 없어진다. 평가의 전문성이 신장되지 않으면 평가에 대한 불신이 제기돼 또다시 ‘평가의 공정성’ 프레임에 갇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위해서 학교에서는 교육부, 교육청의 지침에 의존해 평가를 관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전문성에 따라 평가 혁신을 시도하려는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평가의 변화는 결국 학교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교사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점들을 협의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학교에서 ‘평가계획 함께 수립하기’,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기능 및 역할 강화’, ‘평가혁신 TF 운영’, ‘평가 관련 학습 소모임’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성장중심평가의 철학과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제 교사에게 필요한 평가 전문성은 ‘오류가 없는 평가문항을 출제해 명확한 기준으로 채점을 하는’ 전문성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돕는 방법을 찾는’ 전문성이다.

이형빈 경희대 교육발전연구소 연구위원

 

정경조 부천 심원고 수석교사

교실 수업을 살리고 싶었다. 다양한 수업모형을 적용해 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호기심 있는 수업도구를 사용해도 보았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창의성이나 인성 등을 코드로 수업 구조안을 작성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수업에 잘 적용하게 하는 동력은 다름 아닌 ‘평가’였기 때문이다. 배우고 있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수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평가가 먼저 바뀌어야 수업도 바뀐다. 그래야 학습자들도 교사의 의도대로 교육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평가란 ‘지필고사’나 ‘수능시험’ 같은 존재였다. 수업 시간에 필요한 역량을 신장시킨다는 전제로 좋은 수업 모형을 구상해 실천한다고 해도 과정보다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는 지필고사가 위력을 발휘하는 환경에서 교사는 늘 불편했었다. 수업 따로, 평가 따로 대응하는 학생들에게 배신감 혹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수행평가는 수업 따로, 평가 따로가 아니라 수업과 연계한 평가로 자리 잡으면서 과정평가를 실천하게 되고, 교실수업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수행평가 평가요소나 채점기준의 객관화, 투명화 등 공정한 평가를 위해 우리 교사들이 연구하면서 부족한 면을 채워가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특히 수행평가의 외적 비율만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교과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 세부 영역 평가를 무엇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계속 더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학기 초에 이런 일이 있었다. 첫 시간에 수업의 방향과 평가계획을 이야기 해주고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자는 설득과 함께 발표 및 글쓰기가 많은 과목이라는 제시도 해주었다. 그 다음 주 어떤 학급의 수업시간에 A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이 과목, 대학 갈 때 국어 내신 성적에 들어가나요?”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응수했다. “들어가면 열심히 하고, 안 들어가면 안 하려고?” 교실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정작 교사인 나는 그렇게 유쾌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까지는 국어 내신 성적에 들어간다는 말과 수업시간 마다 적용하는 과정평가가 많으니 수업시간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리고 그 학급은 그날 이후 어쨌든 수업에 열정적이다. 대학입시 국어 내신 성적에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 수업 시간에 거의 개별이든 모둠이든 과정 평가로 연결돼 있어서 그런 것인지, 두 개가 모두 해당 되어서인지 모르지만 평가가 있어서 수업은 살아났고, 그 평가가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눈빛들이 반짝이는 줄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학생에게 해당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배워 ‘어떻게’평가 받는지 중에 ‘어떻게’에 관심이 더 깊은 것이 교실에서 파악한 학생들의 평가에 대한 태도이다.

정경조 부천 심원고 수석교사

 

김성수 고양 덕양중 교사

고양 덕양중학교는 전교생 200명의 소규모 학교로 2009년 혁신학교를 처음 시작한 학교다. 매 학기 자신의 교과 평가를 교사 공동체에서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시간이다. 교사 공동체는 수행평가 개선을 위해 평가 개선 TF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불친절한 평가를 지양하고 친절한 평가를 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 방법으로 첫째, 학생들에게 수행평가에 관련한 공지를 자세하게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학생들에게 “어떤 수행평가를 진행할 것인가?”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수행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수행평가를 위해 수업시간 무엇을 배우는가?”, “수행평가 후 어떤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가?”를 알려주자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평가 개선 TF에서는 이것을 안내할 수 있는 템플릿을 교사에게 제공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유했다.

학생 한 명 한 명 피드백을 해주는 것은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수업 준비와 행정업무로 인해 시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평가 워크숍을 통해 피드백을 제대로 하자는 것에 모든 교사가 동의했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 교과의 경우 수업 일기 작성이라는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일기를 작성하는 수행평가였다. 수업 일기 작성은 학생들에게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 일기에 대해 교사가 꼼꼼하게 피드백을 제공했을 때 학생들은 힘든 일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1학년 학생의 경우 한 시간 수업에 대한 수업 일기를 4~5페이지를 작성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경우 교사 역시 많은 양의 피드백을 제공했다. 밤늦게까지 피드백을 작성해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로 인식하고 끝까지 해냈다.

덕양중학교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결국 평가 개선을 위해서는 교사 공동체가 평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평가회를 통한 평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 새 학기 워크숍에서 평가 계획을 같이 논의하는 일들이 평가 개선에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평가가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주어질 때 문제가 없는 평가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가가 공동체에게 책임이 주어질 때 학생의 성장을 목표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고양 덕양중 교사


<꿈꾸는 경기교육>은 매주 금요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일보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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