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서 시정연설이 있었던 익일 아침에 보수매체인 C일보를 펼쳐 들고 대강대강 훑어보다가 내 눈길을 잡는 행간이 있었다. 윤모 정치부 기자가 쓴 “野黨의 품격”이란 글제를 읽고 난 뒤, 혹시 내 착시현상이 아닌지, 다시 신문 이름을 확인했다. 윤 기자는 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을 냉정하고 매서운 눈으로 살펴보고 이렇게 묘사했다.
자유 한국당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적절한 항의보다는 무례에 가까웠다. 연설 도중 공수처를 언급하자 일부 의원들은 양손으로 엑스(X) 자를 만들거나 귀를 막으며 반대 뜻을 표현한 것도 전례 없었던 풍경이다. 또한 시정 연설이 끝나고 대통령이 악수하려고 야당 의원들 향해 가는데 의도적으로 외면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의회 투쟁엔 일가견이 있는 현 집권 민주당도 야당 시절 대통령 시정연설 땐 최소한의 예우를 갖췄다. 손뼉을 치지 않거나 현안과 직결된 문구를 내보이는 정도가 통상적 항의 방법이었다… 라고 했다.
국내 대표적인 보수신문의 정치부 기자가 한국당에 대한 비판은 퍽이나 낯설다. 오죽이나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진보 성향의 신문에서나 볼 수 있는 기사를 썼을까?. 참으로 이례적이다.
물론 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 때마다 알맞은 항의 방법과 수위를 두고 고민하면서, 대통령을 향해 적절한 비판과 동시에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도 갖추어야 한다는 게 기본예절이다. 하지만 비판과 예우는 별개 문제다.
미국선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립이 전통이고, 심한 무례는 저지르지 않는 게 미의회 관행이라고 한다. 또한 이웃 일본에서도 총리에 대한 의원들의 막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문대통령을 대해 비판을 넘어 증오에 가득 찬 비난이 도를 넘고 있기에,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 고민해 봐야 한다 .
또한 어떤 법안을 입법화할 때마다, 여야가 첨예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결국 몸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입법부 품격에도 맞지 않고 볼썽사납다.
이따금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발달된 국가의 국회에서는 몸싸움을 하는 경우가 언론을 통해 전달된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인 문화와 밀접한 관계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 수준만 탓할 일은 아니고, 그 나라의 전통적인 정치문화가 원인 된다고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미국 의회가 우리 국회처럼 몸싸움을 하지 것은 현안 정책의 찬반에 대해 표결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서로가 합의가 안 되면 모든 것을 투표로 결정한다.
또한 여 의원이 야당서 발의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고, 반면 야 의원이 여당이 만든 법안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게 이상스럽지 않으며, 또한 정당 수뇌부가 소속 의원들을 일일이 간여하고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 반목과 대립으로 국회가 운영된다면 “국가발전도 국민행복도 그림 속 떡”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당서 선출된 대통령은 영웅시하고, 상대방서 선출된 대통령은 마치 적군 장수처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크게 잘못된 정치문화다.
일각선 “우리 국회가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없기에 여야의 싸움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일까. 똑똑해진 국민들이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거리로 뛰쳐나와 정치참여에 의욕을 키우고 있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언제쯤 우리 국회도 새로운 법안이 제안되면 여야 의원의 토론과 협의를 거친 뒤에, 표결에 붙여진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는 선량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박정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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