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천 명의 학생, 천 가지 빛깔

김기남
김기남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교사는 어떤 자세를 갖고 학생들을 대해야 할까

다이얼을 돌리는 대신 리모컨으로 TV를 켜게 되었을 때,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런데 우리는 이제 말로 TV를 켜고, 수많은 방송 중에서 취향대로 골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진 유튜브가 대세가 되었다. 만보계가 신기했던 때가 있었는데, 웨어러블 컴퓨터가 내 건강을 체크하고 운동을 골라주고, 자동차는 점차 자율주행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의 학생들은 이런 시대를 피할 수 없고,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외우고 이해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이미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모습이다.

학교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고 준비하게 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고등학생이 대학입시 준비에 획일적으로 매몰되는 현상이 안타깝다. 대학에 들어가도 획일적 교육방식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비교적 덜 주목받는 특성화고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경기도 내에 108개의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이 제각기 다른 꿈을 꾼다. 물론 공기업이나 은행,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바리스타, 제과제빵, 헤어, 자동차, 항공, 로봇, 빅데이터, 화훼, 애견, 패선 조리, 부사관,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분야를 경험하고 관련 분야로의 진로를 준비한다.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 힙합 동아리가 있다. 성적이 나쁘면 어떤가? 우리는 힙합을 잘하는데! 그게 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동아리실 확보를 위해 직접 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드디어 빈 공관을 찾아내 사용을 허락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외부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자랑하는 동아리로 성장했다. 우리 학교에는 천여 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모두 다른 생각, 다른 취향,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학교를 천 가지 빛깔로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학교와 정부, 기성세대 모두 이들의 꿈을 존중해 주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을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은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고 기존 교육방식의 틀에 가두지 말고, 인정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이 각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추어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 때까지 믿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절실한 교육방식이다.

김기남  삼일상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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