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제방에 바닷물이 샌다고?
[변평섭 칼럼] 제방에 바닷물이 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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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스파르담의 한 소년이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길에 댐에서 물이 새어나는 것을 발견한다. 이 댐은 바다보다 낮은 마을을 지켜 주는 것이어서 만약 댐이 무너지면 대참사가 빚어진다. 소년은 책가방을 내려놓고 물새는 구멍에 손을 넣어 막는다. 소년은 몹시 춥고 배가 고파 지쳤지만 마을을 지키려고 그대로 버티다 정신을 잃는다.

댐 붕괴를 몸으로 막은 네덜란드 소년의 이야기는 미국에 이민 간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 알려졌고 1865년 아동문학가 메리 메이프스 도지에 의해 동화로 출판되어 세계적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교과서에까지 소개되었고 네덜란드에는 이 소년의 동상이 세워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코스가 됐다.

네덜란드는 이름 자체가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는 뜻을 지닐 만큼 국토의 27%가 바다보다 낮아 생존을 위해 댐(제방)을 많이 만들었다. 수도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 지명 끝에 ‘담’이 붙은 곳이 많은 것도 댐을 막아 이룩한 도시임을 뜻한다. 그들은 이렇게 바다에 제방을 쌓아 만든 땅이 매우 척박했지만, 여기에 튤립을 심는 등 화훼농업을 일으켜 세계 최대 꽃 수출국이 되었고 저녁에 채취한 튤립이 이튿날 새벽 뉴욕, 파리, 도쿄 등 세계 꽃시장에 배달될 만큼 신속한 물류 시스템을 자랑한다.

또한, 네덜란드의 상징이 된 풍차도 매우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과의 싸움’에서 탄생된 생존의 도구다. 이렇듯 네덜란드는 바닷물을 제방으로 막으며 그 역경을 관광대국, 해양대국으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유명하다. 톱니바퀴처럼 굴곡과 침강(沈降)이 심해 불편한 점이 많지만, 오히려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거나 양식업을 하는 데는 활용도가 높다. 경기도, 충남 등 서해안은 항만으로의 기능까지 갖추고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도 살린다면 미래의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평택·당진항은 앞으로 동북아의 물류중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의 38개 부두를 2020년까지 74개를 더 확충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경기도가 이곳 관리를 위해 경기평택항만공사를 만든 것도 이와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경기일보 11월4일자 1면에 큼직하게 실린 사진은 경기도민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1천70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한 평택ㆍ당진항 외곽 호안이 바닷물이 새면서 외곽 일부는 이미 붕괴되고 무너진 모습이 그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5.8km의 평택항 내항 외곽 호안 공사는 2007년에 준공되었으며 2015년 다시 보수공사를 시행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호안 일부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 보수공사는 올해 6월 준공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두 번에 걸친 준공검사를 통과했음에도 또다시 바닷물이 유입되고 보도된 사진에서 보듯 일부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왜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는가? 우선 제기되는 것은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바다는 그 밑을 흐르는 조류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심한데 특히 리아스식 해안의 서해안이 매우 민감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과연 제방설계가 이와 같은 특성을 살려 이루어진 것인지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어찌 된 일인지 1천700억 원이나 투입된 공사가 이렇게 되었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몸을 던져 물새는 제방을 지킨 네덜란드의 소년이 생각난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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