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식 ‘미세먼지 정책’에 곳곳 혼선

이달부터 ‘계절관리제’ 시동… 내년 2월부터는 ‘공공 2부제’ 등
정부, 준비없이 1주일만에 정책 하달… 첫날부터 단속 문의 폭주
文 대통령, 오늘 국무회의서 李 지사 등 수도권 지자체장과 대책 논의

폐차를 기다리는 노후경유차. 경기일보 DB
폐차를 기다리는 노후경유차. 경기일보 DB

정부가 이달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한 가운데 경기지역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충분한 안내 및 사전 준비 기간 없이 1주일 만에 정책이 ‘하달’, 노후차 단속ㆍ공공 2부제에 따른 도민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부의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 속에서 애꿎은 지자체만 사태 수습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를 미세먼지 계절관리기간으로 지정, 5등급 차량 운행 단속과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을 기본 골자로 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수도권(경기ㆍ서울ㆍ인천) 내에서 저감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운행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대상 기관은 수도권과 6개 특ㆍ광역시 소재 행정ㆍ공공기관이며, 차량 끝 번호에 따라 이틀에 하루꼴로(짝수ㆍ홀수)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최종 지침을 도에 전달한 건 지난달 25일이다. 2~4개월간 10만 6천여 대의 노후차가 단속 대상으로 책정되고 공무원 차량 절반이 통제되는 정책이지만 시행 1주일 전에 방침이 내려온 것이다. 도가 이틀 만인 27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도민 참여를 독려했지만 실제 시행 첫날부터 혼선이 발생했다. 도청 미세먼지대책과에 오전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서울시가 이날 계절관리제와 별도로 ‘녹색교통지역(사대문 안)’ 5등급 차량을 단속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문제는 정부의 대책 효과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후차 단속의 경우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라 도 조례 제정을 고려하면 내년 2월 시행 시기를 맞추기 빠듯하다. 또 단속 대상이 수도권 등록 차량으로 제한, 도에 인접한 충청ㆍ강원 차량이 활보해도 단속할 근거가 없다.

공공 2부제 역시 지자체 면적이 넓은 경기지역 특성상 애로사항이 제기되고 있다. 임산부 동승, 장애인, 경차 등과 함께 원거리 통근 차량이 예외 적용 대상이지만 원거리의 정의가 편도 1시간 30분ㆍ30㎞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등 사실상 대중교통 이용을 강제하고 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에서도 직원 의견 수렴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각계각층에서 반발이 예측된 만큼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급박하게 진행돼 아쉽다”며 “‘경기도형 안심ㆍ체감형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도 차원의 대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에는 이재명 도지사가 참석하는 등 수도권 광역지자체장이 함께할 예정이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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