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죽음은 어떤 결백도 입증하지 못한다. 고인에 대한 수사가 중단될 뿐이다. ‘공소권 없음’은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죄가 없다’고 판단하는 무혐의와 근본부터 다르다. 참고인 단계에서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참고인 수사 불능’이라는 기록이 남겨질 뿐이다. ‘관련 없다’고 정리되는 게 아니다. 되레 ‘의혹’이나 ‘관련성’은 영원히 따라붙는 오명으로 남는다. 피 수사자의 자살이 오판인 이유다.
그런데도 자꾸 이런 일이 생긴다. 지난 1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A 수사관이 숨졌다.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가족ㆍ검찰 등에 남긴 메모가 발견됐다. 모두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알려진다. A씨는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같은 날 오후 6시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었다. 관심이 많은 사건인 만큼 던지는 충격이 크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언제부턴가 반복적으로 접하는 사회 현상이다.
3일 전에는 펀드 관계인이 자살했다. 상상인그룹과 관련된 B씨다. 일주일 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자살했다. 역시 검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같은 해 7월에는 노회찬 의원이 자살했다. 역시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걱정이다. 자살이 잘못된 현상으로 자리 한 듯하다.
안 그래도 자살 많은 대한민국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1만3천670명이 자살했다. 하루 37.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2017년 대비 1천207명 늘었다. 9.7%포인트 증가다. OECD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이다. 흔히들 자살에는 베르테르 현상을 말한다. 사회지도층 또는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한다고 한다. 그 전염성 강한 현상이 바로 사회지도층의 사건 연루 자살이다. 결백 또는 명예를 얘기하며 툭하면 자살한다.
여기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근래 경험했던 가장 충격적인 자살이다. 그의 죽음이 정치, 사회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지만, 인간 노무현을 위해 남은 건 없다. 수사 기록에 그는 여전히 ‘공소권 없음’이다. 지금까지도 상대 정파로부터 ‘노무현 일가가 뇌물을 받은 것은 맞지 않느냐’는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고 있다. 살아서 결백을 입증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결코 추앙돼서도, 흉내 내서도 안 될 잘못된 선택이다.
결백을 위해 싸우는 치열한 법적 다툼. 이 다툼도 살아 있어야 주어지는 법치의 배려임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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