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글로벌 관객 겨냥… 팔색조 국악 콘텐츠 만들 것”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 등 국가 행사로 쌓은 경력 십분발휘
6일 정기공연 ‘반향’ 이어 내년 시즌 ‘시나위콘서트’ 만반의 채비
단원들과 소통하며 도민 자부심 되는 사랑받는 국악단 이끌 것

▲ 원일 가독

“개인적인 아티스트로 살기보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 국악에 대한 인식을 좋게 바꾸는 것, 그것 하려고 인생을 걸고 왔습니다.”

자리 욕심이 있어 온 게 아니라 했다. 음악이 진짜 발생하는 지점에서 일하고 싶어 왔단다. 인생 걸고 왔다면, 사실 말 다 한 거다. 지난달 1일 부임한 경기도립국악단 원일 예술감독의 말이다.

원 감독은 국악계 최고의 실력자이자 멀티 아티스트다.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 제100회 전국체전 총감독 등 굵직한 국내 주요 행사에서 선보인 음악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대종상 영화 음악상도 4회 수상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감독으로도 평가받는다.

그런 그가 경기도립국악단을 택한 이유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 감독은 “누군가는 국악을 사랑받는 음악으로 바꿔야 하는데 감독은 비전이 있고, 단원은 실력이 있고, 또 감독과 예술단이 실현하려는 의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려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라면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 감독은 우선 경기도립국악단의 음향체 성격을 분명하게 할 구상이다. 다른 악기가 각각 만나 팔색조처럼 색다른 음을 만들어내는 전통음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악관현악은 서양 오케스트라 같은 방식으로 국악 오케스트라를 하는 게 전부예요. 하지만, 하나의 패턴만 가지고는 잠재력이 살아날 수 없고,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어려워요.” 도립국악단의 명칭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바꾸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서양 음악은 화성을 근본으로 하지만, 한국음악은 음색과 장단이 기본이다. 한 악기 한 악기 개성이 강하고 비선형적”이라며 “개성 있는 음들이 각각 살아서 만들어진 음향이 시나위오케스트라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시즌제 프로그램에서 각각 음의 개성이 살아있는 시나위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60여 명의 단원이 다른 콘셉트의 팀으로 나뉘어 매달 6개의 공연을 색다른 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6일 열릴 도립국악단의 정기공연 <반향>에서는 원일 감독의 색다른 스타일과 시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국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콘서트 메디테이션(Concert Meditationㆍ명상)을 준비했다. 원 감독은 “단원과 내가 마음을 모으는 내적인 의미, 또 관객들은 한해를 차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외적인 의미의 개념으로 준비했다”며 “삶과 죽음, 침묵의 소리로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만나며 진정한 위안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여기 정말 기대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도민의 자부심이 되는 악단, 사랑받는 국악단이 될 각오는 이미 돼 있다. 소리 문자인 한글과 영상, 국악이 어우러진 타이포그래피 쇼도 이미 머릿속에 그렸다. “1년 후에는 티켓을 오픈하면 절반 이상은 바로 매진되는 도민의 자부심이 되고 싶습니다. 또 전통인 국악과 한글, 현대인 영상이 융합된 한국의 딥 컬쳐를 우리 콘텐츠로 만들어 해외에 선보일 거예요. 내후년, 내내년 후에는 외국에서 러브콜이 밀려오는 악단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게 즐겁고, 그걸 실현해 왔습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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