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점 화석연료 보조금 모두 폐지] 연탄값 폭등 전망… 서민들 벌써부터 ‘한파’ 직격탄

도내 7천400여 가구 난방 연료 사용
생산 원가도 해마다 올라 ‘품귀’ 우려

“매년 날이 추워지는 건지, 내가 늙어가는 건지… 겨우내 연탄값 걱정에 더 춥네요”

한 달 뒤면 아흔이 되는 김아무개 어르신(89ㆍ성남)은 아직도 연탄을 태우며 겨울을 보낸다. 젊을 땐 ‘젊음’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하루 2~3장의 연탄을 썼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연탄 사용량이 배로 늘었다. 들어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많아졌다. 김 어르신은 “예전에 구멍탄(연탄의 옛 명칭)을 뗄 땐 한 달에 5만 원 정도면 충분했는데 이제 13만 원은 기본으로 나간다”며 “연탄값이 비싸 전기장판, 가스난로, 심지어 핫팩까지 번갈아 쓰는데 찬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화석연료 보조금을 모두 폐지키로 하면서 내년부터 연탄값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추운 겨울을 걱정하는 경기도 내 서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는 모양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석탄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장당 373원을 기록하던 연탄은 10년이 지난 올해 800~90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과거엔 정부가 연탄 가격을 관리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석유ㆍ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난방 시장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연탄 생산원가가 오르자 결국 연탄 구매가격도 상승했고, 정부는 ‘서민의 상징’인 연탄을 지키기 위해 1989년부터 생산업체에 연탄 제조비를 보조해 왔다. 정부의 연탄 생산업체에 지원한 제조 보조금은 2016년 기준 한 장당 296원씩, 연탄 가격의 46% 수준이다.

하지만 오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결국 연탄값은 오를 일만 남은 상황이다.

정부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보조금폐지계획’을 제출했고, 화석연료 보조금을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즉 연탄ㆍ석탄의 생산과 수요를 줄여 대기오염 물질 배출 정도를 낮추고 에너지 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올겨울 전국적으로 6만여 가구가, 경기도 내에서만 7천400여 가구가 아직 연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가운데 서민의 추위는 극심해질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 연탄 명맥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산자부 측은 “(아직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중) 보일러 등으로 교체하길 원하는 저소득층 가구에게 금전적으로 전액 지원을 하고 있으며, 연탄 구매를 희망하는 가구에겐 ‘연탄쿠폰’을 주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연탄 사용 가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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