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혜영·백재현 의원이 남겨 놓은 충고 / “물갈이는 물고기 아닌 물을 바꾸는 것”

도내 중진 의원 둘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혜영 의원(5선ㆍ부천 오정)과 백재현 의원(3선ㆍ광명갑)이다. 두 의원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단체장 경험이 있다. 원 의원은 민선 2, 3기 부천시장을 했다. 민선 3기 광명시장을 했다. 국정과 시정을 고루 다뤘다.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십수년 또는 20여년을 선택 받아왔다. 당선 가능성이 낮아서 물러나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기자회견장에 선 둘의 표정이 더없이 밝았다.

초선들의 불출마 선언은 여럿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도 있다. 하나같이 쓴소리를 남겼다. 김세연 의원(한국당)은 ‘다 함께 물러나자’고 했다. 이철희 의원(민주당)은 “정치 한심한 꼴 때문에 부끄럽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민주당)은 “사상 최악의 국회에서 책임지겠다”고 했다. 나름 의미를 담고 있는 고언이다. 다만, 요란한 차별화에 대한 냉랭한 시선도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원ㆍ백 의원의 퇴임사다. 울림이 다르다.

원 의원은 “후배 정치인들이 (참된)정치인의 소임을 다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백 의원은 “(광명에) 남아 있는 숙제를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하려 한다”고 했다. 당 또는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는 가급적 담지 않았다. 본인들의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후배 정치인들에 미래를 당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귀에 다가온 것은 물갈이에 대한 소신이다. 자신들의 불출마를 물갈이론 재료로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백 의원은 정치 물갈이에 대한 소신도 남겼다. “그동안 물갈이가 물을 바꾸는 게 아니라 물고기만 바꾸는 것처럼 됐다”며 “제도를 개혁해 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와 닿는 바 크다. 근래 총선에서 물갈이를 말하지 않은 정당이 없다. 물갈이를 하지 않은 적도 없다. 하지만, 정치가 좋아졌다는 합리적 근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회기마다 ‘사상 최악’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물갈이의 내용ㆍ방향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선(多選) 물갈이, 고령(高齡) 물갈이, 지역(地域) 물갈이 등이 들린다. 어느 것 하나 신선한 것이 없다. 총선 때마다 나왔던 물갈이 기준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백 의원이 지적한 잘못된 물갈이의 예로 보인다. 물을 바꾸는 물갈이가 아니라 물고기만 바꾸는 물갈이였다. 달라질 턱이 없다. 무엇이 물을 바꾸는 물갈이인지에 대해서는 원 의원의 퇴임사에 힌트다. (근본적)‘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쉽게 답이 나올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가 화두로 삼기에는 충분히 가치 있는 덕담이다. 당장 이번 총선부터 각 당이 고민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물갈이인지, 무엇을 위한 물갈이인지 옳고 분명한 방향을 정하고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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