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환 미군기지 오염정화 미국 책임져야

정부가 동두천, 부평, 원주에 있는 4개의 주한 미군기지를 반환받았다. 11일 평택 미군기지에서 미국과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 장기간 반환이 미뤄져 온 4개의 폐쇄된 미군기지를 즉시 돌려받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총 80곳의 반환대상 미군기지 중 54곳을 반환받았고, 이번에 4곳이 반환되면서 22곳이 남았다.

반환된 4개 기지는 2010년과 2011년 SOFA 규정에 따라 반환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오염 정화 기준과 책임을 두고 한·미가 이견을 보이며 오랜기간 반환이 미뤄졌다. 정부는 미군 주둔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했으니 정화 비용을 미군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군은 기지 근무 장병들에게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정부가 오염 정화비용에 대한 구체적 합의없이 기지를 반환받은 것은, 오염 확산 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해당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염정화 책임에 대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으로 4개 기지를 반환받았다.

4개 기지는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주둔 기간 낡은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고, 미군이 폐기물을 지속해서 소각해온 탓이다.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 4곳 모두 토양 내 유류·중금속 성분이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평 캠프 마켓의 경우 토양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류가 검출됐다.

정화 책임을 둘러싼 양국 협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반환된 미군기지를 그대로 방치하면 환경오염이 더 악화될 우려가 커 정부는 협의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정화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4개 기지 오염 정화에 다이옥신이 검출된 부평 캠프 마켓에 773억원이 들어가는 등 모두 1천10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단체는 1조원 안팎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추후 정화비 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협의만 지속할 뿐 미국이 예전처럼 정화 책임을 지지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반환받은 54곳 중 오염문제가 불거진 곳이 많았지만, 미군이 정화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 일본, 독일 등 다른나라에서도 미군은 기지 반환 후 정화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없다. 그렇다고 물러서선 안된다. 미군에 면죄부를 주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협의는 미국이 책임져야 하는 환경오염 수치 객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압박해야 한다. SOFA 규정에 환경오염 정화는 오염 원인자인 미국 의무임을 규정할 필요도 있다. 언제까지 미군의 오염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정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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