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일산 여성병원 화재’…의료진·소방 당국, 빠른 대처 대형 참사 막았다

바로 옆 소방서, 25분만에 불길 잡고
출산 임박 임산부 인근 병원 전원
신생아·산모 357명 신속 대피시켜
연기 흡입 94명 외 인명피해 없어

14일 오전 10시 7분께 일산의 한 여성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시커먼 연기가 건물 주변을 뒤덮고 있다(왼쪽). 이 불로 산모 37명과 신생아 66명, 직원 200여 명 등이 긴급 대피했으나 일부 산모들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제공
14일 오전 10시 7분께 일산의 한 여성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시커먼 연기가 건물 주변을 뒤덮고 있다(왼쪽). 이 불로 산모 37명과 신생아 66명, 직원 200여 명 등이 긴급 대피했으나 일부 산모들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제공

지난 주말 고양시의 한 여성병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자칫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뻔했지만, 의료진과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오전 10시7분께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여성병원에서 난 불은 약 25분 만에 꺼졌다. 당시 병원에는 산모와 환자, 병원 직원 등 357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를 대상으로 경찰이 파악한 결과, 최종 연기흡입 피해를 호소한 환자는 94명으로 집계됐다.

이 불은 152㎡ 규모의 1층 주차장과 주차된 차량 16대를 태웠다. 병원 건물 2ㆍ3ㆍ4층도 연기에 그을려 소방서 추산 4억 2천43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병원은 내부 연기와 그을음 등으로 잠정 폐쇄됐다.

이번 화재는 휴일을 맞아 정기 검진과 외래 진료를 보러 온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킨 의료진의 빠른 판단으로 조기에 진화됐다. 또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일산소방서의 재빠른 대처로, 불이 2층으로 번지는 것을 초기에 막을 수 있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직후 곧바로 대응 2단계를 발령해 25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특히 불이 나기 전 수술을 앞두고 전신마취에 들어간 임산부의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뻔 했지만, 신속하게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산모는 무사히 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1층 주차장 천장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화재 진화 후 소방 당국과 한국전력 등 관계 기관과 함께 1차 현장 감식을 벌인 결과, 건물 1층 주차장이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인데다 불이 날 당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 차량이 많아 삽시간에 불과 연기가 퍼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기관은 오는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 감식을 실시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차장과 출입로로 쓰이는 필로티 구조 1층 천장 부근에 외부 노출된 관이 있는데, 관의 동파 방지를 위해 설치된 열선에서 불이 시작된 흔적을 발견했다”며 “규정상 차량 20대 이상 주차 가능한 필로티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데, 불이 난 병원은 그보다 규모가 작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에는 해당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유제원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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