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정사 잡음에 이제는 상속 다툼인가 / 한진그룹 향한 인천시민의 걱정 많다
[사설] 가정사 잡음에 이제는 상속 다툼인가 / 한진그룹 향한 인천시민의 걱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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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룹 관련 자료를 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자료의 제목이 주목된다.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다. 자료에서 조씨 측은 “한진칼과 그 계열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장녀로써 법률적 상속인이다. 현재 한진그룹의 주주이기도 하다. 당연히 경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대한 반기의 성격이 농후하다.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총수 지정 과정이나 조 전 부사장 복귀 문제에 대해서도 ‘가족 간의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그룹 상속 다툼의 서막을 걱정한다.

대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의 잡음이 새로울 건 없다. 상속권ㆍ주주권에 속하는 배타적 권리 행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경우는 그 의미가 다르다. 2017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한진 그룹은 추락했다. 어머니 이명희씨 모욕 사건, 동생 조현민씨 폭언 논란, 조 전 부사장의 가정 잡음 등 하나같이 가정사였다. 그 사이 한진그룹이 2017년 파산했고, 이어 고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에서 축출당했다. 가정사가 초래한 기업 위기다.

한진가(家)에는 합리적이지 않아 보였을 수 있다. 일개 가정사에 대한 과한 질타라 여겼을 수도 있다. 국가가 앞장선 경영권 박탈이라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싸늘해진 여론에 대한 책임은 남는다. 대기업이 국민에 갖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자료 배포의 시기도 적절치 않다. 조 전 부사장이 명품 밀수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게 나흘 전이다. 기다렸다는 듯 발표했다.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까.

한진그룹은 한국 재계의 역사다. 트럭 하나로 시작해 국적 항공에 이른 살이 있는 신화다. 인천 지역에서 갖는 의미는 더하다. 1945년 인천 중구 항동 4가가 모태다. 창업주 고 조중훈, 아들 고 조양호 회장이 인천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대한항공은 국제도시 인천의 중심이다. 인하대학교를 필두로, 6개 대학이 인천에 있거나 인천에서 시작됐다. 여전히 인천시민에는 ‘향토 기업 한진’이다. 이런 시민에 이제는 상속 다툼까지 보여주려는가.

인천 시민이 반백 년을 사랑해온 향토 기업. 한진그룹이 더는 가정에서 비롯된 위기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자제와 조원태 회장의 포용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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