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열린사회와 그 적들
[기고] 열린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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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전체주의의 모든 시도는 비록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옥을 만들 뿐이다.”

세계적인 석학 칼 포퍼(1902~1994)는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전체주의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이를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닫힌 사회(closed society)’로 보았다. 끊임없는 비판과 반증을 거쳐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새로운 규칙과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열린 사회(open society)’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나치의 광기가 전 세계를 공포로 물들이던 1943년에 쓰인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적어도 사법체계에서는 우리는 여전히 닫힌 사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권한과 지위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자신들만이 유일 선이라는 엘리트주의는 검찰의 부패와 오류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입맛에 따라 사건을 덮으려 결심하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하거나, 죽여야겠다고 생각하면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까지 동원할 수 있는 그들의 ‘선택적 정의’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는 ‘반증 가능성’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과 경찰에 대한 무제한적 수사지휘로 사건 발생부터 형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사 절차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총수도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지만, 무소불위의 절대권력 검찰은 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특권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 되기 직전까지 검사들이 국회의원을 만나고 다니며, 국회 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인 의원들과도 접촉하는 등, 모종의 입법 압박이 아니냐는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검찰은 스스로 개혁할 수 없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국회 4+1 협의체가 오랜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67%에 달하는 등,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비록 그간의 적폐를 일거에 해소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검찰의 오류 가능성을 견제하고 반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건다.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바로잡고 오만한 검찰공화국을 벗어나는 전환점에 선 지금, 검찰개혁 법안의 조속한 통과로 민주주의를 향한 열린 사회로 접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결코 악취 나는 닫힌 사회로 돌아가선 안 된다.

“우리는 금수(禽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다. (칼 포퍼)”

윤형철 경기남부경찰청 정보3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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