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례한국당, 미는 쪽이나 막는 쪽이나 / 막판에 오자 정치권이 이성을 잃었다
[사설] 비례한국당, 미는 쪽이나 막는 쪽이나 / 막판에 오자 정치권이 이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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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案)이던 비례한국당이 ‘현실(現實)’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유력해지면서다. 당초 비례한국당은 한국당이 얘기하는 아이디어 수준이었다. 선거법 개정 강행에 대한 경고 메시지 정도로 여겨졌다. 이게 달라졌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구체적인 실천 단계로 접어든 느낌이다. 총선을 앞둔 유권자에겐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한국당 의원 30여명이 비례한국당으로 당적으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원내 3당 규모를 만들려는 작전이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구상이다. 이 경우 비례한국당의 정당 투표 기호는 2번이 된다. 지역구 기호와 동일한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정당 투표와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비례대표 의석 점유를 겨냥한 꼼수다. 유권자에 대한 오만이기도 하다. 정당 투표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하는 ‘4+1’측 대안도 어처구니 없다. 비례대표를 반드시 내도록 선거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비례대표를 내면 비례한국당은 3번 이하가 된다. ‘기호 2번=한국당’으로 짜려던 한국당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 ‘4+1’측에서 이에 대한 공언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4+1’의 전략이다”라며 공개한 상태다. 김 의장은 이를 두고 “이성을 잃은 전략”이라며 맹비난했다.

이런 걸 두고 접입가경이라고 하나.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꼼수를 무색케 하는 꼼수다. 후보를 내고 안 내고는 당의 고유 권한이다. 정당이면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선거법은 정상적인 법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당의 설립과 해산에 대한 자율권을 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농후하다. 그럼에도 제안된다면 그 속은 뻔하다. 헌법적 가치, 법률의 양식과 상관 없이 표(票)만을 위해 입법권을 남발하겠다는 소리다.

4+1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해석이 많다. 소수 정당 목소리를 보전하는 정치적 배려라고 한다. 이념 성향으로 이합집산하는 정치 놀음이라고도 한다.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개선(改善)으로도, 개악(改惡)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비례한국당 문제는 다르다. 누가 봐도 최악이다. 누더기다. 한국당은 표 때문에 기본 질서를 흐뜨리는 것이고, 4+1은 그 수를 막으려 법을 도구 삼는 것이다. 설혹 이렇게 등장한 안들이 법으로 현실화된다고 치자. 그 법이 얼마나 갈 것 같나. 그리고 법률사에서 어떤 평가로 남을 것 같나. 여의도 정치가 광인(狂人)들의 난장(亂場)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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