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회에선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수정안이 재적의원 295명 중 177명이 참여해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의결됐다. 표결 직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집단 퇴장했다.
공수처법이 가결된 후 각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당연하게도 '환영' 논평을 냈고, 자유한국당은 "날치기 통과"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수처 설치를 찬성했던 인사들도 SNS 등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공수처법이 검찰 개혁의 첫 걸음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어렵게 통과한 공수처법이 '권력 상호 견제'라는 당초의 목표를 실현하고 확고한 사정당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 "민주주의의 진전" vs "불법 날치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법 통과와 관련해 "민주주의의 일보 진전"이라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큰 숙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단과 특권에 의존하는 권력정치의 낡은 굴레를 벗어던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민주 권력기관 시스템을 구축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은 공수처법 통과 직후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4+1' 협의체가 공수처 법안을 일방 처리한 데 대한 집단 반발이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예산안 불법 날치기, 선거법 불법 날치기에 이어 3번째로 날치기가 이뤄진 데 대해 의원들 모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데 이르렀다"고 밝혔다.
◆ 두 여권 인사의 희비 쌍곡선
공수처 설치의 토대를 마련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법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철옹성처럼 유지된 검찰의 기소독점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학자로서 오랜 기간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고, 민정수석으로 관계 기관과 협의하며 입법화를 위해 벽돌 몇 개를 놓았던지라, 만감이 교차한다"며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란 집을 지어주신 국회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기에 눈물이 핑 돈다. 오늘 하루는 기쁠 수 있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조 전 장관과 과거 각별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공수처,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던데 왜 그것만이 검찰개혁의 방법이라고들 했던 거냐"며 "꼭 그래야만 하는 한국인만의 DNA 특성 같은 게 있는 거냐.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점차 데자뷔 현상이 강해진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현직 검사들의 환영 메시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의 도움으로 검찰의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건강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은정 검사는 앞서 검찰이 공수처법 수정안에 대해 반발한 것을 두고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해 보기 흉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도 "공수처법이 드디어 통과됐다. 전 국민을 국회법 전문가로 만들어주고, 전 국민이 국회 회의 생중계를 올림픽 경기 생중계처럼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도록 만들어 준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의 희생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국민들의 안녕과 검찰의 권력 남용 없는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희생에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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