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중 30%가 25~40세 ‘밀레니얼·Z세대’
일·가정 워라밸 중시, 소득 상당수 여가·휴식 투자
금융·외식 등 ‘1인 가구’ 환경 맞춘 시장 움직임 주목
모바일·디지털 생활 속 자리매김, 사회트렌드 큰 변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대신 e스포츠에 참가하는, 수화기를 들기보단 터치패드를 두드리는 ‘디지털 신인류’가 국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성세대로부터 별종으로 취급받던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자전국 22.2%)와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자21.7%)의 대부분이 ‘어른’이 된 상황에서 경기도 생태계는 이들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추세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밀레니얼ㆍ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피고, 다가오는 ‘내일’을 준비해본다.
■ ‘90년생이 온다’는 옛말… 90년생은 이미 왔다
올해 기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나이를 대략적으로 잡으면 25~40살 정도로 분석된다. 이는 경기도 인구 1천320만여 명 중 396만여 명(30%)에 해당하는 수치로, 5년 전(1천230만여 명 중 275만여 명ㆍ22.3%)에 비해 7.7%p 많아졌다. 25살 이하를 포함하면 사실상 620만 명이, 경기도민 둘 중 한 명이 아날로그보단 디지털이 편한 계층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밀레니얼ㆍZ세대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도내 일자리 시장에는 변화가 생겼다. 과거 각광받던 제조업, 전기ㆍ운수ㆍ통신ㆍ금융업, 건설업의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사업ㆍ개인ㆍ공공서비스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내에서만 제조업 취업자 수가 연간 6%씩 줄어들고 있고, 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13%씩 늘어나는 추이를 보인다. 특히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 뷰티디자이너, 웹툰작가 등 직업이 밀레니얼ㆍZ세대의 ‘새로운 장래희망’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제도권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디지털 콘텐츠의 지식재산을 권리화하도록 컨설팅해주는 업체 D.LAB의 민재명 연구소장(32)은 “취ㆍ창업은 물론 각종 분야에서 창의력과 독창성이 요구되다 보니 여러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에 적격한 세대가 밀레니얼ㆍZ세대가 아닐까 한다”며 “해당 세대가 사회를 이끌 중심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달라진 씀씀이, 여가 시장 ↑
이와 함께 소비 시장 주도층 역시 달라졌다. 기존 베이비부머와 X세대 대신 밀레니얼ㆍZ세대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오름에 따라 ‘여가 시장’이 보다 확대된 것이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신(新) 소비 세대와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보면 밀레니얼ㆍZ세대의 소비 특징은 △‘나’를 위한 자기중심적 소비 △디지털 세상에서 나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여가 중시ㆍ현실성 동시 발현 △환경과 윤리적 가치를 중시한 ‘의식 있는 소비’ 등으로 구분된다.
즉, 이들은 노동을 대체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여가 및 휴식 등에 지갑을 여는 것을 선호한다. 일례로 통계청이 진행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초년생인 20대의 소득 만족도는 12.7%로 저조했지만 여가활용 만족도는 35.5%로 높다는 특징을 보였다. 여가활용에 만족스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꼽힌 걸로 보아 이들 세대는 소득 상당수를 여가 및 휴식에 투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밀레니얼ㆍZ세대와 가장 거리가 먼 60세 이상의 경우 소득 만족도와 여가활용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시간은 많지만 건강상 여건으로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10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 1인 중심 의식주(衣食住) 문화
더욱이 공유경제 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낡은 사회적 기준’이 정비되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얼ㆍZ세대는 빠르게 1인 중심 의식주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더이상 ‘성대한 결혼식’이나 ‘개천에서 나는 용’을 바라지 않는 이들 세대는 내 집 마련에 대한 목표부터 기성세대와 차이가 난다. 최근 정부가 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4인 가구 기준을 1인 가구 기준으로 개편하는 데 본격적으로 팔을 걷은 것처럼, 밀레니얼ㆍX세대 사이에선 설계부터 준공까지 세입자 의사가 반영되는 퍼즐 주택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도 1인 가구의 성별이나 연령ㆍ사회적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춘 특별 상품을 개발하거나 이들 세대를 주축으로 연말정산 시스템을 개선하려 하는 등 노력을 더하는 중이다. 외식업계 역시 간편식 및 구매대행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시장이 변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엔 ‘공유주방 서비스’가 도입, 단일 주방 시설을 복수의 사업자가 공유하고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다른 레스토랑이나 온라인으로 유통ㆍ판매하는 서비스도 테스트 되고 있다. 이에 점차적으로 우리나라 문화 자체가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철호 목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 주축이 될 다음 세대는 자기주장과 가치관이 뚜렷한 게 특징이며, 과거 관료제 등을 모두 거부하고 ‘워라밸(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시한다”며 “개인주의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밀레니얼ㆍZ세대의 가치관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 국가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모바일, 생활 속 ‘자리매김’
이처럼 ‘디지털 신인류’로 인해 사회가 변환점을 맞으면서 2020년 트렌드도 크게 변할 전망이다. 먼저 공공기관에서는 예산 절감을 위해 각종 행정 고지서를 모바일로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주민번호를 암호화된 연계정보(CI)로 일괄변환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고지서의 모바일 전자고지가 어려웠지만, 이젠 법적으로 임기허가가 나 행정 고지가 모바일로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운전면허증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으로는 모바일 운전면허의 신청ㆍ등록 및 효력에 대한 규정이 부재했으나 앞으로는 이동통신사 플랫폼의 등록 과정을 거쳐 같은 효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 내 모든 초등학교에선 자라나는 Z세대 양성을 위해 올해 전면적으로 와이파이ㆍ무선 단말기ㆍ태블릿 PC 등 무선 인프라를 보급키로 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학교 교육환경도 달라져야 한다는 이유로, ‘교실부터 달라지자’는 취지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교육환경 변화 및 교실수업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연우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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