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엔 사랑과 이별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 역시 노래가 된다. <여수 밤바다>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타 지역민에겐 그곳에 가고픈 갈망을, 지역민에겐 향수를 안겨주며 국민가요가 됐다.
경기도 시ㆍ군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동네 진짜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 이달 말 나온다. 지난해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지금, 여기 우리들의 노래>다. 경기도 전체 시ㆍ군을 대상으로 해 15개 시군이 참가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총괄 기획을 맡고, 이윤슬 프로듀서와 편곡자가 함께했다. 반주를 제외하고 작업은 철저히 지역 인프라를 활용했다.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지역의 작사가와 작곡가를 찾아 작업을 맡겼다. 노래도 지역 예술인 등이 불렀다. ‘뼛속’까지 우리 동네 음악인 셈이다.
각 시군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제목도 다양하다. 지역 이야기라면 으레 있을 것만 같은 문화재, 사물 이야기가 아니다. <동두천 CITY POP>에서는 친구들과 하굣길에 먹던 먹자골목 둘리분식이 튀어나오고, 그 시절 들렀던 만리향, 태화관이 소환된다. 지역에서 그룹활동 중인 홍동현씨가 작사ㆍ작곡, 노래를 맡아 동두천 거리를 거니는 듯한 곡을 만들었다. 이천 <장호원 난다>는 장호원소학교 학생들의 항일단체 <독수리소년단>을 소재로 국악 버전으로 만들었다. 이천문화원 직원이 보컬을, 이천 지역 어린이들이 코러스와 화음, 노래 등을 맡았다. 수원의 <화성 가는 길>은 정수자 시조시인이 직접 화성을 주제로 작시해 재즈곡으로 탄생했다. <내 사랑 연천>은 연천지역에서 활동 중인 판소리 예술가 박봉학 씨가 작사ㆍ작곡, 노래를 맡아 트로트 버전으로 만들었다.
왜 지금, 지역의 음악이 필요할까. 이윤슬 프로듀서는 “내 이야기, 내 품이 들어간 것에는 정이 가기 마련이고, 때론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주기도 한다”며 “대량 생산해서 전국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음악이 아닌, 마음을 건드리는 ‘정동’은 우리 동네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르도 폭넓다. 국악부터 랩, 시티팝, 뮤지컬 아리아, 트로트, 성악, 재즈, 랩과 트로트의 협연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다. 광명의 민회빈 강씨의 이야기를 담은 <달과 바람에 실어>는 마치 드라마를 보듯 노랫말과 음을 애절하게 담아 OST 버전으로 탄생했다. 시ㆍ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15곡과 경기도를 이미지로 연주한 2곡,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는 <그러나 경기는 평화를 노래하고>까지 총 18곡이 수록된다.
앨범은 이달 말께 나온다. 앨범과 악보, 앨범에 참여한 이들의 사진 등이 첨부돼 100쪽에 이르는 책자가 첨부돼 발매된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는 음반이 나오면 문화원 축제, 행사 등에서 선보이고, 지역 축제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지역 노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관이 중심이 돼 만들어서 대중성이 떨어졌고, 지역에서 불리지 못했다. 이 프로듀서는 “하루에 음반이 30~40장씩 쏟아져 나오는데, 한 곡이라도 지역에서 살아 숨 쉰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나머지 16개 지역에서도 만들어져서 지역민들의 품이 들어간 음반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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