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온… 비닐하우스 온풍기 중단 난방비 절감
‘겨울잠’ 일찍 깬 과수는 냉해 피해, 병해충 우려도
올 겨울 전례없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설 재배 농가는 난방비 절감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반면, 과수농가는 나무 활동 시기가 빨라져 냉해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찾은 용인 포곡읍의 한 시설채소 재배농가에서는 겨울철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6개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대파 등을 키우고 있는 이 농가는 최근 따뜻해진 날씨 탓에 매 겨울마다 돌리던 온풍기 운행을 중단했다. 대신 지하수를 활용한 비닐하우스 난방시설인 ‘수막시설’만으로 올해 겨울을 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일 같이 영상을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는 탓에 가능하다는 게 농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장을 운영하는 유영실 대표는 “평소 같으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온풍기나 난로를 함께 돌려야 했지만 올해는 수막시설로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난방비 감소분을 따지면 40% 정도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 금곡동의 A 시설딸기 재배농장도 최근 난방비 부담이 30% 가량 줄었다. 농장 관계자는 “평소 난방비에만 1천만 원이 소요됐지만, 올해는 700만 원 정도로 크게 줄어들 것 같다”며 “우리같은 시설재배 농가들은 따뜻한 겨울이 매우 반가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설재배 농가들이 웃음짓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과수 농가에서는 따뜻한 겨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탓에 나무들이 일찍 ‘겨울잠’에서 깨 냉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나무들도 땅이 얼어 있으면 물이나 양분을 흡수하지 않는 ‘겨울잠’ 상태에 들어가는데, 올해는 이 같은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무들이 일찍 겨울잠에서 깨면 수분을 과도하게 흡수, 추위가 닥쳤을 때 더 쉽게 냉해를 입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천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박용환 대표는 “이미 나무들이 활동을 시작, 물을 많이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지난 2011년께 비슷한 일이 벌어져 나무의 40% 가까이가 고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각종 해충들의 겨울나기가 쉬워지면서 병충해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화성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순원 대표는 “보통 날이 추우면 나무 껍질 속에 숨은 해충들이 월동하지 못하고 죽는데, 지금은 벌써부터 일부 해충이 보인다”라며 “조만간 방역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이 조차도 한계가 있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하는 3월께 냉해 피해가 발생하지만, 올해는 따뜻한 날씨로 땅이 얼지 않아 한파가 올 경우 당장 과수 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상고온이 지속되면 병해충이 죽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만큼 과수 주변의 낙엽, 나뭇가지 등 잔재물을 제거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완식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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