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유품 돌려 주세요”… 10대 자매 칼바람속 ‘1인시위’

지난해 2월 사고 엄마와 영원히 이별
사인 확인후 ‘소중한 유품’ 오리무중
부평서 찾아간 자매에 막말 논란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차가운 거리로

14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경찰서 정문 앞에서 숨진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받지 못한 A양이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14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경찰서 정문 앞에서 숨진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받지 못한 A양이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 13일 오전, 16살 A양이 부평경찰서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한다.

길 건너 세림병원 앞에서는 그의 동생 B양(14)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14일에도 자매는 2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A양은 2019년 2월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 C씨(44)를 잃었다.

C씨는 발견 직후 세림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고, 경찰은 장례식장에서 사인 확인을 위한 검시를 했다.

하지만, 경찰이 사건을 종결한 후에도 자매는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받지 못했다.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언제 어떤 경위로 유품이 사라졌는지 모른다.

14일 부평경찰서와 장례식장 등에 따르면 C씨 검시 과정에서 패딩을 포함해 의류, 묵주 팔찌 등 유품이 나왔다. 하지만 장례를 치른 후에도 유품은 유가족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C씨 동생 D씨는 “사건 종결 후에도 유품을 주지 않아 장례식장과 경찰에 여러차례 연락을 했지만,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었다”며 “양측 모두 책임만 피하다가 2019년 11월 진정서를 내고 나니 그제야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은 유일한 흔적이라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큰 데,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변사사건이 나면 유품을 보관했다가 유가족에게 동의를 얻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돌려드린다”며 “당시에는 폐기물로 처리했고, 이 절차를 지켰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동의 과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통상 유족의 편리를 위해 유품을 장례식장이 갖고 있다가 유족에게 전달하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유품에 대한 최종 관리 책임이 경찰에 있고, 일반적으로 경찰에서 유품 분실을 막기 위해 별도 박스를 제작해 유족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부평서 관계자는 “통상적인 처리 방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하지만, 유품이 정확히 인계되지 않은 부분은 관리 미흡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품을 찾는 과정에서 A양 자매가 경찰에게 막말을 들었다는 의혹도 있다.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듣고 경찰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자매에게 한 경찰관이 “니네 또 사고쳐서 왔느냐”고 물은 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왔다”는 말에도 사과 없이 현장을 떠났다는 얘기다.

2019년 3월께 A양 자매는 이 사실을 이모인 D씨에게 알렸고, D씨가 경찰에서 항의하자 “대기실에 CCTV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경찰에게 들었다. 하지만 당시 대기실엔 CCTV가 있었지만, 경찰은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부평서 관계자는 “처음에는 CCTV가 없는 줄 알았다가 이후 팀장이 사과했고, 유족이 받아들였다고 여겼다”며 “지금은 시간이 너무 지나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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