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2020년 국정 방향을 선언하는 자리다. 이 가운데 경기도민의 귀에 들린 대목이 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답변이다. 기본적으로는 국가균형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 여기에 “민간기업이 혁신도시로 가도록 하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고, 추가 공공 기관 이전은 총선 이후 본격화를 생각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민 입장에선 또 힘 빠지는 얘기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민간 기업 이전 유도는 부(富)의 강제 이전이다. 10여년에 걸친 1차 공공 기관 이전 후유증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또 한 번 기관 이동에 통치권을 쓰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바뀔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총선’, ‘검토’ 등의 표현에서 신중해진 면까지 엿보인다. 진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이보다 앞서 있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이다. 지난 7일 이 지사도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도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말이 오갔다. 이 지사는 공감을 표했다. “나만 잘 살아 보겠다고 하는 야만의 시대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기관 이전에 동의를 표했다.
전제는 있었다. 지원과 대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전 부지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며 성남의 예도 들었다. 글쎄다. 얼마나 많은 도민이 지사 의견에 동의할지 모르겠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국가적 판단은 ‘종료’다. 문 대통령도 이날 “(1차 공공기관 이전)그 자체는 다 완료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민 입장은 다르다.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 빠져나간 공공 기관 터가 5~10년째 그대로 남았다. 반 토막 난 상권도 여전하다.
뭐가 완료됐다는 건가. 뭘 더 빼겠다는 건가. 국가 균형 발전은 지방의 주장이다. 뺏는 쪽 논리다. 국부 강제 이동이 경기도의 주장이다. 빼앗기는 쪽 논리다. 그런데 ‘피해자’ 경기도에서조차 이 논쟁의 균형이 사라질 듯하다. 2020년이 논쟁 소멸의 원년이 될 듯하다. 정치는 ‘추가 공공기관 이전’ 깃발을 세울듯하고, 정부는 ‘국민 뜻이 확인됐다’며 깃발을 넘겨받을 듯하고, 경기도는 ‘야만의 탐욕 시대’를 탓하며 찬성에 나설듯하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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