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와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는 건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를 관습상 법정지상권이라 한다.
예를 들어, 토지소유자가 그 지상에 자신의 비용으로 건물을 신축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건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면 건물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이상 토지에 관한 지상권을 자동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채권이 아니라 물권이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건물소유자는 토지소유자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후 토지를 양수한 새로운 토지소유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건물소유자에게 건물 철거 등을 주장할 수 없다.
한편,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일종의 법률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도의 등기를 요하지 않지만, 그 법정지상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기 위해서는 등기를 해야 한다.(민법 제187조)
따라서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을 제3자에게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법정지상권에 관한 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이상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만 가지고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어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여전히 당초의 법정지상권자인 종전 건물소유자에게 유보된 것이다.
다만, 법정지상권자가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과 함께 법정지상권도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적 계약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양수인은 종전 건물소유자를 대위해 토지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해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하고 그 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5년 4월 11일 선고 94다39925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종전 건물소유자를 거쳐 자신 앞으로 법정지상권의 등기가 마쳐질 때까지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반대로 토지소유자 역시 새로운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양수인은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할 의무가 있는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는 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동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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