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종차별 겪는 스포츠선수
[지지대] 인종차별 겪는 스포츠선수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 입력   2020. 01. 19   오후 8 : 35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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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국 스타벅스에서 미국인 직원이 한국인이 주문한 음료 컵에 이름 대신 ‘찢어진 눈’을 그려 넣어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와 한인사회, 인권단체 등은 ‘한국인 비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며 항의했다. 국내에서도 소식을 접하고 많은 국민이 불쾌함에 부글부글 했다.

영국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다른 팀 팬들에게 ‘개고기’ 운운하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몸짓을 여러차례 겪었다. 2018년엔 웨스트햄 팬이 손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체포돼 약 40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흑인 선수에겐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조롱하는 등 유색인종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종종 모욕을 당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엄벌에 처한다는 입장이다. 인종차별을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인종차별을 저지른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법률 개정을 요청했고, 영국 총리실은 “강력한 인종차별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인종차별을 겪을 때면 흥분하며 비난한다. 최근엔 여자배구와 남자축구 대표팀도 상대팀으로부터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세리머니’를 당했다. 이런 일에는 분노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을 하다니 이중적인 모습이다.

귀화한 농구선수가 지속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전주 KCC 소속 라건아는 지난 14일 SNS에 자신이 받아 온 인종차별 메시지를 공개했다. 라건아를 흑인 비하 표현인 ‘깜둥이(nigger)’로 부르고, 라건아의 어머니를 욕했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도 했다. 라건아는 2012년 미국에서 대학 졸업 뒤 한국에 진출했고,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이름을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바꿨다.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농구 월드컵에선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동료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안양 KGC)도 16일 한국 팬들로부터 받은 인종차별 ‘악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교통사고나 나라”는 저주 표현도 있었다. 끔찍한 차별과 혐오 발언에 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낯 뜨겁고 창피스럽다.

미국 프로농구에선 흑인 비하 발언을 한 구단주를 영구제명 했다. 유럽 축구계에선 인종차별 물의를 일으킨 팬들의 경기장 출입을 평생 막고, 구단에게도 관리책임을 묻는다. 우리나라도 엄격한 인종차별 철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인종과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 다양성을 중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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