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제 지명 되찾기 작업 당연하지만 / 道 차원에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사설] 일제 지명 되찾기 작업 당연하지만 / 道 차원에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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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고유지명 찾기 작업에 나선다.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 바로 잡기다. 우리 문화를 없애려던 한민족 말살 정책이다. 개명 기준이 하나같이 편의 또는 왜곡이다. 둘 또는 그 이상 지명의 글자를 따내 합쳤다. 합성지명(合成地名)이다. 방위ㆍ숫자ㆍ위치를 부여해 지명을 바꿨다. 행정편의적 개명이다. 일본식 표현을 가미한 지명을 만들었다. 일본 행정단위 지명이다. 한민족 정서를 없애기 위해 바꿨다. 대표적 왜곡이다.

경기도가 398개 읍면동을 조사했다. 40%인 160곳에서 일제 왜곡이 확인됐다. 서현동(분당)은 둔서촌ㆍ양현리ㆍ통로동에서 한 글자씩 땄다. 남사면(용인)은 현내면ㆍ남촌면ㆍ서촌면ㆍ도촌면을 합쳤는데, ‘남쪽에 있는 4개면’이란 뜻이다. 고등동(수원)은 고등촌에서 고등정으로 바뀌었는데 정(町)은 일본식 마을 표기다. 심곡동(부천)은 먹적골ㆍ벌말ㆍ진말을 합쳐 한자로 단순화했다.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창씨개명은 해방과 동시에 복원됐다. 민족혼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반면, 지명은 바뀌지 않았다. 현대 행정구역 지명 속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아름다운 고유의 지명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자료로만 남았다. 경기도의 이번 사업 시작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도 이런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지지한다. 다만, 그 과정에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중복 지명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생활권은 좁았다. 그 속에서 고유한 지명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비슷한 지명이 산재한다. 한 때 영화로 유명해진 ‘동막골’이라는 지명이 있다. ‘동쪽 끝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전국 곳곳에 있다. ‘샘말’ ‘안골’이라는 지명도 그렇다. ‘샘이 솟는 곳’ ‘안쪽에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역시 지역마다 수두룩하다. 이를 그대로 복원할 경우 전국적으로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행정적 방위 표시 역시 문제다. 지금도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지명이 나뉜다. ‘강남구’ ‘강북구’ ‘강동구’ ‘강서구’다. 파주 임진강, 양평 남한강 등도 모두 행정 구역의 기준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모두 없애는 개명작업이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든 문제는 달라진 생활권의 차이에서 온다. 일제 시대 생활권은 소규모 지역이었다. 지금은 전국이다. 전국 단위로 비교되고 특정돼야 한다. 이걸 경기도가 할 수 있겠나.

현재는 도로명 주소가 사용되고 있다. 2011년 7월 29일 고시됐고,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지번 주소와 병행해 사용되고 있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공표를 거쳐도 이렇게 혼란이 큰 게 지명이다. 경기도만의 노력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옛지명을 되살리는 데 의미를 둔다면, 그건 행정이 아닌 학술연구의 영역이다. 하긴 해야 하는데, 넘을 난관이 많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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