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두 명의 농협중앙회장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성희 후보(전 성남 낙생조합 조합장)와 여원구 후보(양평 양서농협 조합장)다. 두 후보 모두 지역에서 더 없는 존경과 신뢰를 받는 농업인이다. 내놓는 포부도 대단하다. 이 후보는 “새로운 희망이 있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5대 분야 25개 정책을 담은 ‘525 공약’을 내놨다. 여 후보는 “사람이 사는 농촌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산비 10% 절감ㆍ판매금액 10% 증대를 담은 ‘Ten-Ten 운동’을 내놨다.
두 후보 모두에 나름의 필승 셈법이 있어 보인다. 이 후보는 4년 전 선전(善戰)의 관록이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고, 결선까지 진출했다. 대의원 표심에서 기득권이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여 후보는 새로운 대의원 구도에서의 강세(强勢)가 장점이다. 농협 중앙회 현직 상임이사다. 최근 대의원이 많이 바뀌었다. 바뀐 선거판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두 후보의 주장은 팽팽하다. 경기도 농업인의 숙원인 회장 배출을 위해서는 각자가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회장 선거는 누가 하나. 조합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다. 그 대의원의 지역별 비중이 중요하다. 경북이 45명으로 제일 많다. 그 다음이 경기도 43명이다. 이 수치로 보면 경기도가 유력한 지역이다. 하지만 경기도 출신의 회장은 없었다. 거기에는 정치적으로 구획된 표심이 있다. 영남권(경남+경북)이 79명, 호남권(전남+전북)이 61명, 충청권(충남+충북)이 53명이다. 수도권(경기+인천+서울)은 54명이다. 영호남ㆍ충청권 담합이 선거 때마다 비일비재했다. 이런 풍토가 경기도 회장 탄생의 발목을 잡아왔다.
농협 회장은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의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갖고 있다. 농협 경영 전반을 좌우하는 막강한 위치다. 수도권의 위상을 볼 때 ‘역대 회장 0명’은 심각한 지역 차별이다. 경기도 농업인들에게는 한(恨)이다. 이미 영ㆍ호남 지역의 여론은 농협 회장 선거에 가 있다. 해당 지역 언론마다 각자의 논리로 지역 회장 탄생의 필연성을 보도하고 있다. 우리 역시 경기 농업인의 소망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복수 후보 필패’라는 상황이 희망을 꺾고 있다.
어느 선거든 후보는 본인의 필승을 주장한다. 이성희 후보, 여원구 후보 모두 각자의 승리를 말한다. 우리도 어느 특정 후보의 사퇴를 권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주장만은 분명히 해두려 한다. 두 후보는 모두 낙선할 것이다. 1차 투표에서 한 후보는 많이 받고 한 후보는 적게 받을 것이다. 그때, 경기도 여론은 ‘적게 표 받은 후보’를 향해 가혹한 책임을 따질 것이다. ‘당신 때문에 경기도 회장의 꿈이 사라졌다’며 원망할 것이다. 어쩌면 아주 오랜 기간-그동안 쌓아온 명예를 뭉갤 만큼-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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