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휴전선 겨울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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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겨울 수채화

                - 이상현

산짐승 한 마리가
깊은 산을 혼자 넘어갑니다.

겨울 해가
가만가만 따라갑니다.

산짐승 발자국에 고인 햇살이
눈밭에 반짝입니다.

휴전선
은가시나무 골짜기

산짐승의 두 눈에
겨울 해가 넘어갑니다.
산짐승의 겨울이 깊어갑니다.

살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본의 아니게 잊고 사는 경우가 있다. 동(東)에서 서(西)로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처져 있는 민족의 상체기 휴전선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3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쟁의 비극을 가까스로 멈추고 최선은 아니지만, 쌍방 간의 합의로 일단 총성을 멈춘 저 휴전.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휴전선의 겨울 풍경을 스케치하듯 보여주고 있다. 깊은 산을 넘어가는 산짐승을 뒤따르는 겨울 해가 퍽 인상적이다. ‘산짐승 발자국에 고인 햇살이/눈밭에 반짝입니다.’ 눈밭에서 반짝이는 햇살은 화해와 평화에 이은 통일의 길이다. 아, 통일!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총 길이 155마일, 저 철조망이 쳐진 지 어느새 67년이다. 67년이라면 반세기가 지나고도 17년이나 더 되는 긴 세월이다. 그동안 너희는 뭘 했는가? 이 동시는 산짐승을 내세워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부르짖던 아이들도 이젠 다들 80줄에 들어선 노인이 되었다. 이 무심한 세월 앞에서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참 못난 민족이다. 이러고도 ‘한 핏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며칠 후면 민족의 명절 설, 조상님들을 뵐 낯이 뜨겁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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