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예측 못해 빠르게 소진
3곳 중 1곳은 이미 물량 ‘바닥’
접종 희망자 ‘백신 찾아 삼만리’
인천 남동구 주민 A씨(27)는 독감 접종을 맞으려고 병원 3곳을 찾았지만 허탕을 치고 돌아섰다. 병원마다 “백신이 다 떨어졌다”며 거절한 탓이다. 결국 집에서 5㎞ 넘게 떨어진 병원까지 수소문해 찾아간 끝에야 간신히 백신 접종을 받았다. 그는 “접종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4번째로 방문한 병원에서도 ‘백신이 3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곳을 찾아온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독감이 설 연휴를 앞둔 1월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인천 병원 곳곳에서 ‘백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독감은 10~12월 유행하다가 1월부터 점차 환자가 줄어든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이 이달까지 줄어들지 않으면서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약회사와 병원 모두 독감 장기화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준비해둔 백신 물량이 떨어진 것이다. 실제 남동구·미추홀구·연수구 일대 병원 15곳에 독감 접종이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6곳에서 백신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인천지역 병원 3곳 중 1곳 꼴로 백신이 없는 셈이다.
병원에서 백신 추가 구입을 원해도 당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약업계에서 2019년 제조한 백신의 대부분을 유통했고 새로 제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매년 10~11월께 독감 유행이 끝나기 때문에 2019년에도 그정도 물량을 계산해 공급했다”며 “당장 다시 약을 만들더라도 배양 과정을 고려하면 빨라도 2개월 뒤에야 다시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 만들기도 고민스런 상황”이라고 했다.
멈춰선 공급과 달리 백신을 찾는 사람이 계속 생기자 일부 병원은 보건소에 손을 벌리는 실정이다. 보건소마다 인구 규모에 비례해 공급받은 무료백신을 소량으로 지원받는 식이다.
연수구보건소 관계자는 “최근 일부 병원에서 급하게 백신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일반접종 대신 영유아층이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백신 일부를 여유분에 한해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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