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4·15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의 시간이자 심판의 시간이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총선은 항상 정권 심판론이었다. 1988년 이후 8번 총선 동안 집권당의 단독 과반 승리는 3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이전의 총선과 다르다. 과거의 총선이 정권의 무능을 중간 평가하는 심판의 성격이었다면 2020년 4·15 총선은 나라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선거다.
지금 대한민국은 3권분립이 실종된 나라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곁에서 총선·대선의 실패가 어떤 말로를 맞는지 지켜봤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절체절명 선거다.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윤석열 검찰 학살 등은 모두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체면도 부끄럼도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진실은 영원하고 권력은 유한하다. 일시적으로 진실을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는 금언은 문 대통령에게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진영’과 ‘공포’와 ‘거짓통계’로 무장하고 있다. 신(新)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가짜 뉴스와 어용 지식인들의 선동이 국민을 능멸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합법적 제도로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참상을 보고 있다. 조직화되지 않은 국민의 무력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옳고 그름이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힘에 의해 독점되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길은 선거뿐이다.
이번 총선의 양대 변수는 국가 정체성을 바꾸려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통합’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은 전임 대통령의 비참한 전철을 밟기 싫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 승리가 절대적이다. 4·15 총선은 건곤일척의 ‘총성 없는 전쟁’이자 ‘정치적 내전’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 패배는 정권의 끝장이라는 각오로 집권세력은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퍼부을 것이다.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윤석열 검찰도 이제 제압했다고 생각하니 거칠 게 없다.
브레이크 없는 정권의 폭주를 가게 하는 것도, 막는 것도 국민 몫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전혀 다른 항로로 가려는 엄청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야당은 아직도 지리멸렬이다. 통합은 정치인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마음을 모아야 가능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현 정권에 있는 분들, 최근에 단체로 실성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정신을 가진 국민이 실성한 사람만 못해서야 되겠는가?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재앙은 우리가 현명한 선택만 한다면 피할 수 있다. 4·15 총선은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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