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전염병 보도는…

시흥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 언론이 환자들의 경로를 보도했다. ‘25번 환자-매화 할인 마트, 엘 마트 시흥점’, ‘26번 환자-엘 마트 시흥점’, ‘27번 환자-태양 38년 전통 그 옛날 손짜장’. 방송은 화면까지 생생히 내보냈다. 모자이크도 하지 않았다. 이런 기사들이 인터넷으로 옮겨졌다. 매화 마트, 엘 마트 시흥점, 손짜장이 유명세를 탔다. 거기 섬뜩한 예단이 따라붙는다. 신종 코로나를 옮긴 매장, 신종 코로나 균이 있는 식당…. ▶‘저렇게 보도를 하면 어떻게 하냐.’ 독자들의 걱정이 많다. 그도 그럴 만 하다. ‘태양 손짜장’은 시흥 맛집으로 꼽힌다. 손으로 면을 뽑는 고집으로 유명하다. 자장면(6천원), 짬뽕(7천500원)을 찾는 시민이 많다. 이 식당에 ‘코로나 공포’가 덮쳤다. 매화 마트나 엘 마트도 같은 처지다. 서민들이 찾는 평범한 매장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세(貰) 내는 자영업체일 것이다. 이번 보도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다. 독자들이 이걸 걱정하는 것이다. ▶잠깐 중국을 보자. 언론에 대한 개념부터가 다르다. 공산당 혁명의 선동수단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권력의 편에서 편집된다. 창궐하는 전염병 보도가 반가울 리 없다. 국익(國益)에 반하는 몹쓸 보도로 여긴다. 의사 리원량이 신종 코로나를 경고했다. 의사 8명이 뜻을 같이했다. 그러자 중국 경찰이 다 잡아갔다.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는 혐의였다. 풀려난 리씨는 진료 중 감염됐고, 끝내 숨졌다. 세계가 지금 중국의 언론 정책을 지적한다. ▶중국 내 사망자 수가 1천명을 넘었다. 정확히는 1천16명이다. 누적 확진자가 4만2천638명이다. 이 가운데 7천300여명이 중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11일 0시 현재 통계다. 우리나라 환자는 28명이다. 사망자는 없고, 4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11일 오전 9시 통계다. 두 나라의 피해 상황이 극명하게 갈린다. 원인을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언론의 차이가 그 속에 있음은 분명하다. ▶환자 실명은 감춰진다. ‘○번 환자’라는 표기가 자리 잡았다. 대신, 감염경로는 상세히 보도한다. ‘태양 손짜장’, ‘매화 할인 마트’라고 특정해 쓴다. 언론의 사회예방적 기능이 그런 것이다. 물론, 고민이 끝나진 않는다. 피해를 본 ‘태양 손짜장’, ‘매화 할인 마트’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숙제는 남는다. 재난에 대하는 국가와 지자체 지원을 촉구해야 한다. 망하지 않도록 보살피게 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전염병을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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