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대가만들어지는 시간, ‘원탁의 미학’

▲ 김세훈 피디

공연 1시간 전

티켓부스가 열리며 현장구매, 예매자 티켓, 초대권 등으로 나뉘어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공연 30분 전

로비(하우스)에 위치한 관객석의 문이 열린다.

공연 10분 전

흐린 불빛만을 머금은 무대 뒤에 연주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더러는 악기에 귀를 대고 미세하게 튜닝을 하는가 하면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이들도 보인다. 물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눈에 띈다.

공연 시간

무대의 조명이 빛을 발하며 각자의 악기로 무장한 단원들이 차례로 무대로 입장한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다.

공연 1분 후

악장이 입장하여 인사를 한 후 곧이어 튜닝을 시작한다.

공연 3분 후

무대 뒤에서 마지막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숨을 고른 지휘자가 입장한다.

그리고 공연시작

위 흐름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는 하루, 그 구성원들을 포함하여 공연이 진행되는 데 필요한 모든 인력이 움직이는 순서로 볼 수 있겠다.

“하나의 무대가 완성되기 위해, 아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지휘자와 단원만 있으면 되는가?”

아닐 것 같으면서도 그간 숱한 기회를 통해 만난 예술가 중에는 무대 이면의 상황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결론적으로 지휘자와 단원만 있다고 해서 무대가 완성될 수는 없다. 지휘자와 단원 혹은 솔리스트는 화려한 조명과 더불어 무대 위에서 보여지지만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려면 오히려 그들을 제외한 눈에 보이지 않는 즉,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게 투여되는 누군가의 땀과 노력과 시간의 결정체가 있어야만 비로소 오케스트라 공연의 무대가 완성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혹은 그 이전부터의 상황에 빗대어 다시금 살펴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필자가 몸담은 경기필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티켓부스가 준비되는 시간, 기획실 PD들이 각자 역할을 나누어 자리를 지키게 된다. 이 역할에는 티켓배포와 프로그램 북 판매뿐만이 아니라 주차안내, 지휘자 혹은 솔리스트에게 전달하고픈 선물의 보관, 다음 공연에 대한 안내 등도 포함된다.

그렇게 티켓을 받은 관객들이 로비에서 프로그램 북 등을 살펴보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분주한 이들이 있다. 바로 하우스매니저와 어셔들이다. 흔히 로비라 부르는 공간을 공연장에서는 하우스라고 부른다. 그 공간의 관리를 총괄하는 하우스 매니저 그리고 그를 도와 티켓검수, 물품보관소 운영, 안내 및 응대 등의 역할을 하는 멋진 유니폼을 갖춰 입은 이들을 어셔(Usher)라고 한다.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가 보자.

통상 공연 두세 시간 전 리허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리허설이 있기 또 두세 시간 전 당일의 프로그램에 맞게 오케스트라 편성을 고려한 셋업이 진행된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을 악기담당 혹은 무대담당(Stage Manager)이라 부르며, 단원들이 보게 될 악보를 담당하는 이를 악보담당(Librarian)이라 부른다. 하나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올라가기 위한 첫 단추는 악기 및 악보담당의 역할과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 보자.

관객들이 입장하는 동안 객석의 조명은 밝혀져 있다. 공연 전과 후 그리고 중간에 지속적으로 조명, 음향, 경우에 따라서는 영상 등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를 담당하는 이들을 무대감독 혹은 크루 라고 부르며 이들은 대부분 공연장에 속해있다.

여기까지만 살펴봐도 무대 밖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이 얼마나 많은지 쉽사리 알 수 있다. 필자는 공연예술을 설명하며 언제나 ‘원탁의 미학’을 얘기하곤 했었다. 즉, 하나의 공연이 올라가려면 누군가의 역할이 더 중요하거나 모자람이 아닌 지휘자, 악장, 단원, 악기 및 악보담당, 무대감독, 하우스매니저, 어셔 등 수많은 이들의 협업과 이 모든 이들의 매개자로서 중간자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기획자 모두의 애정과 관심이 동일하게 투입되어야 충분히 가치 있고 좋은 공연이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믿음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무대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만약 그날의 공연이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면 그건 원탁에 함께 앉은 또 다른 누군가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이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노력을 결코 희생정신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공연을 만들어가는 이들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자긍심 때문이다.

김세훈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주임PD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