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이다. 김추윤 신한대 교수가 “한탄강이 보배로운 강이다. 집중 조명할 가치가 있다”며 “지역신문에서 이런걸 해야되지 않느냐”고 했다. 취재 욕심과 호기심이 발동해 한탄강을 찾기 시작했다. 지리학을 전공하고 향토역사문화에 박식했던 김 교수가 많은 자료를 챙겨줬고, 현장 취재에 동행했다. 강줄기를 따라 강원도 철원부터 경기도 포천ㆍ연천을 누비고 다녔다.
한탄강 자료가 많지 않고, 지형 자체가 계곡이 깊어 강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의 일부분은 민통선내에 있어 군부대 허락을 받아야 했고, 유실된 지뢰를 밟지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다. 자료 준비와 답사, 취재를 수개월 하고 2004년 38회에 걸쳐 ‘한반도의 보고 한탄강’이란 기획 시리즈를 경기일보에 연재했다.
한탄강 시리즈는 임진강의 지천 정도로 묻혀있던, 한편으론 방치됐던 한탄강의 가치를 집중조명한 탐사기획이다. 한탄강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화산이 폭발해 생긴 강으로 젊은 유년기 지형이다. 북한의 평강에서 발원해 비무장지대를 지나 남한의 강원도 철원을 거쳐 경기도 포천ㆍ연천을 흘러 임진강과 만난다. 길이는 141km에 이른다. 한탄강 시리즈는 강 곳곳에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재발견해 테마별로 조명했다. 이 탐사보도로 2005년 큰 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고, 2006년에는 ‘한탄강’ 단행본을 출간했다.
2010년이 지나면서 한탄강이 뜨기 시작했다. 감춰졌던 보물들이 하나하나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2년 포천의 ‘현무암 협곡 및 비둘기낭 폭포’가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됐고, 2013년에는 포천ㆍ연천의 ‘아우라지 베게용암’이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됐다. 또 2015년 12월에는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고, 지금은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한탄강은 내륙에선 보기 어려운 화산암지대로 주상절리와 협곡 등 경관이 뛰어나다. 고·중·신생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암석이 분포해 지질학적으로 중요하고, 폭포·주상절리·판상절리·하식애·하식동굴 등 다양한 화산지형이 그대로 남아있어 지구과학적 가치와 생태학적·고고학적·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한반도 형성과정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지질시대 암석을 살펴볼 수 있어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라고도 한다.
한탄강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여부가 내달 결정된다.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미적, 고고학적, 역사ㆍ문화적,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을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이다. 한탄강은 여기에 손색이 없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3월에 기쁜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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