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바른 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개입 의혹사건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추미애 법무장관을 향해 한 말이다. 개가 풀을 뜯어 먹다니… 참 독하게 찔러 댔다. 추 장관이 이 말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최근 들어 우리 귀를 때리는 말들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6일 수원고등법원 노경필 부장판사는 은수미 성남 시장에 대한 선거법위반 항소심 재판에서 검사 구형보다 배가 높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면 시장직을 잃게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은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나무랐다. “정치인으로서 민주발전 책무, 정치활동과 관련된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버린 것이며 국민을 섬기는 기본자세를 망각했다.”
재판에 대한 또 하나의 인상적인 말은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에 대한 상원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롬니 상원의원. 그는 당론을 따르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나는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을 신(神) 앞에 맹세했고 이를 지킨 것이다”고 했다. 무엇보다 요즘 쏟아진 말들 가운데 중국 SNS를 넘어 지구촌을 감동시킨 것은 코로나19를 둘러싼 것이 아닐까. “찌아요!” (힘내라!) 도시에 갇혀 꼼짝 못하는 중국 우한 시민들에게 중국인들이 보내는 응원 구호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를 처음으로 알렸으나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체포되어 반성문까지 써야 했던 30대의 젊은 의사 리원량의 마지막 메시지는 세계인을 슬프게 했다. 그는 지날 6일 죽기 전에 ‘정의는 사람들 가슴에 있다’는 말을 남겼으며 ‘숨 쉬기가 답답하다’라고 외쳤다.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네티즌 분노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이런 것도 있다. ‘우리를 죽이는 건 박쥐가 아니라 정부의 강요된 침묵이다.’
또한,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 쉬장룬 교수의 에세이는 직접 중국 공산당 시스템을 겨냥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조직적인 무질서와 윗사람에게만 책임을 다하는 제도적인 무능, 내 한 몸 지키려는 이기심이 억만 인민을 얼음과 불에 몰아넣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체계의 문제점을 용기 있게 지적한 것이다.
지구촌에 감동을 준말은 또 있다. 지난 1월 이란에서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잇달아 있었는데 그동안의 반미(反美) 시위가 아니라 자기네 나라 최고 권력자 하메네이를 향한 것이었다. 이란 혁명군이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에 미사일을 쏴 176명이 사망한 사건이 터지자 하메네이 최고 권력자를 향해 “당신이 부끄럽다. 이 나라를 떠나라!”라고 외친 것이다. 감히 이란에서는 보기 어려운 함성이었다.
지난여름 ‘조국이 부끄럽다!’고 팻말을 높이 들었던 서울대인 촛불 집회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당신이 부끄럽다!’ 요즘 권력만 잡으면 말이 바뀌는 정치인들이 정신 차려야 할 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가 읽기에도 두려운 경전(經典) 같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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