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내와 사별한 K씨(36)는 부부동반으로 운영하던 작은 분식점을 그만두고 시흥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7살, 5살 두 남매를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한 달 수입은 170만 원 남짓. 빠듯한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K씨는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일터로 나갔다. 그는 “부모가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을 나이인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대리운전이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막막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S씨(45)의 현실도 절박하다. 3년 전 이혼 후 S씨는 매일 새벽 4시 일어나 건설현장에 나가고 있다. 하루치 목숨을 담보로 노동하고 일급으로 계산되는 월급을 받아온 지도 2년이 지났다. S씨는 “주변에서 아이 생일이라고 외식한다는 말을 들으면, 언젠가 아이들과 한 식탁에 앉아본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가물가물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도 내 아버지 혼자 미혼 자녀를 키우는 ‘싱글대디(Single Daddy)’ 가정이 복지 대상에서 소외받고 있다. 도내 편부가정은 6만9천323가구로 전국 총 편부가정 28만3천여가구 중 약 25%를 차지하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해주는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20일 경기도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도내 한 부모가정 복지시설은 총 9곳이다. 이 중 8곳은 편모가정(2곳)과 미혼모가정(6곳), 한 곳은 일시지원복지시설(아버지의 학대로부터 어머니와 아동을 보호 및 지원해주는 기관)로 편부가정을 위한 곳은 없다.
반면 경기도 보다 편부가정 수가 2만여 명 적은 서울(4만9천585가구)은 부자가족 복지시설이 2곳, 경기도 편부가정 수의 약 70% 수준인 인천(1만9천639가구)도 1곳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한부모 지원시설은 저소득 편부모가정에 생계비는 물론 자립지원을 위한 가구별 학자금 지급, 취업 알선도 해준다. 특히 매끼 식사를 제공해 편부가정의 취약점인 식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의 편부가정 보호시설이 없는 이유는 이혼 한 남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과 부족한 예산 등이 꼽힌다.
도내 한 편모가정 복지시설 관계자는 “가정폭력, 알코올 중독 등 저소득층 싱글대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편부가정 지원시설도 전국에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도 가스비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에 한정돼 편부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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