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神도 전염병은 막지 못한다

인천본사 김경희 사회부장 gaeng2da@kyeonggi.com
기자페이지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 35세 여성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지 1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완치자도 생겨 퇴원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이대로라면 곧 코로나19 공포가 국내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반짝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 종교단체 소속 신도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2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내 첫 ‘슈퍼전파’ 사례가 등장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31번 환자가 증상 발현을 전후해 4번을 간 종교단체에서 집단으로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 10명 이상의 집단감염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진자는 20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104명까지 늘어나면서 전날 오후 4시 기준보다 53명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이렇게 씁쓸했던 적이 또 있나 싶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다며 손을 마주잡던 악수도 하지 않는다. “요즘은 손을 안잡는게 인사라죠?”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공공기관부터 병원, 상업시설까지 손소독제를 비치해두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보다는 ‘나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이’라는 마음이다.

종교단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야 한다. 때로는 옆 사람과 손을 잡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하며 각자가 믿는 그 누군가를 향한 믿음을 나눈다. 예배나 기도는 ‘신이나 부처와 같은 초월적 존재 앞에 경배하는 의식’이다. 존경하고, 숭배하고, 공경하는 행위이다.

전문가들은 손을 잘 씻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급적이면 가지 않되, 가야만하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누군가를 향한 존경과 숭배의 마음들로 인해 그들과 접촉했을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어야 한다면, 그것이 종교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을지 묻고 싶다. 그들이 믿는 신이 어떤 형태이건, 신도 전염병은 막지 못한다. 인천본사 김경희 사회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