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우리 사회는 불안과 긴장상태에 놓여 있으며, 사람들은 전염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과 모임을 꺼리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자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공공시설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사회복지기관과 자원봉사단체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임시휴관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많은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에게 급식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기관의 식당이나 무료급식소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의 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도시락이나 떡 등 대체식을 제공하여 이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어 식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로 인해 평상시에 급식지원 서비스를 통해 끼니를 해결하거나 식품지원을 받던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이들 취약계층은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결식 등의 ‘식품미보장’(food insecurity)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식품미보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충분하고 안전한 양질의 식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취약계층의 영양부족과 신체적 건강상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울증, 자살충동과 같은 정신건강 악화와 아동의 학업 성취도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부분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의 경우 식품미보장은 기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추가적인 장애도 초래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2013년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의 9.5%가 식품미보장 상태로, 10명 중 1명이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식품미보장 비율이 높으며,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가구 및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저소득 노인의 경우는 식품미보장을 경험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지만 취약계층에게 더욱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어려움과 신체적 불편함,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로 재난대처 능력이 부족한 독거노인, 장애인 등 재난약자들은 재난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한 재난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이 요즘같이 지역사회 감염 전파를 차단하고자 평상시에 지역사회에서 작동되던 취약계층에 대한 식생활 지원과 지역사회보호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지속된다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재난약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식품미보장 위험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지역사회 감염예방과 안전을 위해 사회복지기관과 자원봉사단체들의 복지서비스 제공이 정상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배고픔이나 영양실조를 겪는 식생활 취약계층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조차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
정부는 코로나19사태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현재 취약계층에게 마크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끼니를 해결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생활 취약계층의 식품미보장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식품지원 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난발생 시 재난약자들에 대한 식품지원서비스가 중단되거나 감소되는 문제가 발생되지 않고 평상시의 복지서비스가 재난 시에도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재난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박미현 국제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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