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선을 넘었다

김규태 경제부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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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드라마로, 야구 마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적은 말수, 냉철한 판단력, 동물적인 직감 그리고 빠른 실행력 등을 무기로 만년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백승수 단장(배우 남궁민)과 야구단 최초 여성 운영팀장(배우 박은빈)의 저돌적인 면모 등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스포츠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흥행이라는 신화를 썼다. 그런데 왜 우리는 백승수 단장이라는 캐릭터에 열광했을까.

▶돈 밖에 모르는 구단 경영진과 타협하지 않고 원팀을 만들기 위해 보여준 실천력, 뛰어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팀 재건 능력, 그리고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를 통한 미친(?) 보강력 등은 백 단장이 가진 엄청난 무기였다. 또 매너리즘에 빠진 직원들의 능력치를 다시금 끌어내 구단을 정상화 시킨 점도 수장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팀을 위한다’는 진실성을 토대로 한 하나됨은 꼴찌팀 드림즈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냉철한 판단력도, 동물적인 직감도, 빠른 실행력 등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국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말만 듣고 조기 종식이 가능하다는 헛다리를 짚은 채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는 비난과 마주해야 했다. ‘오스카 4관왕’이라는 신화도 좋고, 영화 속에 등장한 짜파구리로 만든 만찬도 좋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괴리감만 안겼을 뿐이다. 청와대에서 웃음 꽃이 만개한 뒤 첫 사망자가 나오고 기하급수적인 확진자가 발병하면서 정부의 대응책을 힐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왜 우리 정부에는 백승수 단장과 같은 인물이 없었을까.

▶드림즈의 여성 운영팀장은 무례한 태도를 보이며 터무니 없는 계약 조건을 내세운 팀 포수에게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건넨다. 선은 이미 넘었다. 두번째 선 만큼은 지켜줄 수 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 그 선이 무너지면 경제도, 국민도, 대한민국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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