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소독하기에 역부족”…코인노래방 등 청소년 놀이터 ‘코로나 취약지역’ 우려

“손 소독제만 있으면 뭐하나요? 방역 소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걱정되네요”

29일 오전 수원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만난 A양(16)은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입구에는 바닥을 드러낸 손 소독제만 덩그러니 비치돼 있을 뿐 덮개가 벗겨진 마이크가 노래방 구석구석에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A양이 찾은 곳은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코인노래방으로, 키오스크에 일정 금액을 투입하면 넣은 돈만큼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큰 부담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놀이터 중 한 곳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코인노래방과 만화방, 보드카페, 게임장 등 일부 다중접객업소가 코로나19의 취약지역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학교 개학 연기 및 학원 휴원 권고에 따라 청소년들의 여가 활동 시간이 늘며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인노래방의 상당수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업소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다 보니 방역 소독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 때에만 직원을 고용하는 코인노래방의 경우 손님 퇴장에 맞춰 소독제를 뿌리거나 마이크 덮개를 새로 비치하는 등 방역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소조차도 손님이 뜸한 낮 시간대에는 직원을 대기시킬 수 없어 방역 사각지대로 방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 코인노래방 관계자는 “손님들이 몰리는 오후 5시부터 직원이 나와 업소를 관리하며 수시로 소독하고 있지만, 최근 인건비를 줄이려고 낮 시간대는 무인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방역에 대한 중요성은 알지만 일손도 부족하고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락 시설이 갖춰진 게임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찾은 도내 세 곳의 게임장은 모두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됐으며, 오락기 소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업주들은 게임장 특성상 직원을 둘 필요가 없다며, 손님이 호출하거나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업소를 찾아 직접 소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또 다른 놀이터인 만화방과 보드카페도 위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 업소는 다회용기나 테이블 위주로 소독에 임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는 만화책이나 보드게임까지는 소독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소독제를 책이나 종이카드에 일일이 뿌릴 수도 없거니와 자칫 손상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황슬기 수원여자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에어로졸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코인노래방과 만화방 등 좁은 공간이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접객업소는 상시 소독이 필수”라며 “업주들은 어렵더라도 비말로 쉽게 오염될 수 있는 마이크나 오락기, 화장실 등을 일정 시간 단위로 소독, 세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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