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임대료 인하 등 건물주들의 ‘착한 임대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의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건물주들이 상생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남대문시장 내 점포 1만2천개 중 4천여개 점포의 건물주들은 25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앞으로 3개월 동안 임대료를 20%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 내 건물주 25명도 10~25%씩 임대료를 내렸고, 부산 전포카페거리의 일부 건물주들은 20~60% 인하했다. 대구 서문시장 등 일부 건물주들은 휴업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는 전주에서 시작됐다. 전주한옥마을 건물주 14명이 지난 12일 3개월 이상, 10% 이상 임대료 인하를 내용으로 한 ‘상생선언문’을 발표하자 전주 전통시장과 옛 도심 건물주 11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후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25일까지 정부가 파악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임대인은 전국 166명에 2천828점포에 달한다.
경기ㆍ인천지역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150여개 점포가 입점한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는 2개월간 임대료 20%를 내릴 계획이다.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물주는 4개 점포의 임대료를 100만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수원에선 전통시장들이 임대료 동결에 나섰다. 남문로데오시장 42명의 건물주 중 31명이 임대료 동결안에 찬성했고, 화서시장은 68명의 건물주 중 62명이, 권선종합시장 61명 중 51명, 남문패션1번가시장 36명 중 33명이 1~3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했다.
은행권도 자사 소유 건물의 임대료를 낮추거나 임대료를 낮춘 건물주들에게 각종 금융 혜택을 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전국의 신한은행 소유 건물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월 임차료를 100만원 한도에서 30% 감면해주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자사 건물의 임대료를 3월부터 3개월간 30% 인하(월 100만원 한도), 우리은행은 이 운동에 동참하는 건물주에 대해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을 우대할 계획이다.
정부도 착한 임대료를 확대 장려할 수 있는 지원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 등에게 인하한 임대료의 일부분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는 고사하고 월세·관리비·전기료조차 충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출이 급감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겪는 충격도 비슷하다. 정부와 지자체, 금융권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에 더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역량을 믿고, 고통을 분담하면 분명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할 수 있다.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국 곳곳으로 더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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