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감염병 스트레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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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구두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매장 문을 열지 않은 지 열흘이 넘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손님이 뚝 끊겨서다. 처음 며칠은 가게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한명도 없어 ‘개점휴업’이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A씨는 당분간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 그러나 집에서 코로나19 관련 뉴스만 접하다 보니 우울감이 심해졌다. 언제 매장을 다시 열 수 있을까 생각하니 불안감도 커졌고, 급기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감염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에다 외부활동을 거의 안하고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함이나 우울감을 겪는 사람이 많다. 불면증, 무력감, 통증, 주변인 경계 등의 증상도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1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이 1만8천60건에 달한다. 대구에선 2월 18일부터 29일까지 대구시에 걸려온 코로나19 관련 상담 전화가 1천460건, 문자메시지 상담이 1만7천390건 등 모두 1만8천850건이나 됐다.

외환위기 같은 경제적 재난보다 신체적 재난인 감염병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어 신경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자의 85% 정도가 몰린 대구ㆍ경북 주민의 스트레스는 훨씬 더 심각하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공포감이 엄습해 숨쉬기도 힘들다는 이들이 상당수다. 대구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선 60대 입소자가 불안증세로 퇴소했다 재입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불안과 공포는 감염병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다. 감염병 유행시 불안과 공포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과도하면 분노와 적대감이 커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조현병 발병이 25%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질병 방역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ㆍ공포를 극복하는 ‘심리 방역’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치유할 ‘심리 백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긍정적 태도와 이성적인 대응, 위로와 격려의 말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격리자의 경우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경험을 공유하면 심리적 안정감이 커진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감염병 스트레스 대처법으로 힘든 감정 털어놓기, 자신의 몸과 마음 돌보기, 격리된 환자의 불안감 해소 도와주기 등을 제시했다. 감염 공포는 모두가 겪고 있지만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심한 이들이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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