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등 방역물품 부족한데… 경기도교육청, 2억 들여 손세정제 만들기 수업 논란

경기도교육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 시 도내 모든 초ㆍ중ㆍ고교에 ‘손세정제 용기’를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본보 3월13일자 3면) 가운데, ‘보여주기식 교육행정을 위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현재 마스크 등 방역물품조차 충분히 비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대 예산을 들여 개학 후 손세정제 만들기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 즉흥적이고, 과연 얼마나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16일 경기도교육청과 도내 지역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청결히 씻는 것이 중요한 만큼 직접 만든 손세정제를 개인별 용기에 소지해 다니도록 하고 상시 소독을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실제 도교육청은 개학 시 학생들에게 손세정제를 직접 만들도록 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 일환으로 플라스틱 용기(스프레이처럼 사용) 200만개를 구매하기 위한 추경 예산 2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까지의 구상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직접 손세정제를 만들어 1개씩 나눠진 용기에 담아 소지, 개학 이후에 수시로 소독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선 교내 보관된 방역물품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손세정제 용기에 ‘억 단위’의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는 게 유용하지 않다고 토로한다.

도내 A학교 측은 “정식으로 공문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도내 31개 시·군 중 한 지역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학생’ 등 관련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연락이 왔다고 해 대략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취지는 좋은데 실질적으로는 방역물품을 도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구매해 나눠주는 것이 더욱 시급하고 유용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들은 손세정제를 만드는 재료 안에 알코올 성분 등이 포함돼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위험할뿐 아니라 1분 1초가 아까운 고3 수험생들에겐 ‘시간 때우기용 수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 관련 B단체 관계자는 “교육청이 위생교육 강조 측면에서 손세정제 용기를 상시 소지하도록 하는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지는 모르겠다“며 ”휘발성인 세정제가 오래 보관되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교사의 몫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있어 단체 차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세정제를 갖고 다니며 학생ㆍ교직원이 항상 스스로를 씻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자는 취지”라며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한 교육을 진행할 것이고 학교 방역물품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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