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68조에 의하면 소멸시효는 청구, 압류ㆍ가압류, 가처분, 승인 등 사유로 중단된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이하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에 중단사유로 민법상 청구 중의 최고에 해당하는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에 관하여는 규정하면서도 중요한 재판상 청구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이 중단사유로 재판상 청구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민법 규정 준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납세의무자에 대한 소제기가 불필요하여 이를 중단사유에서 제외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 사안은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 법인세를 부과했는데 그 법인의 재산이 국내에 없어 압류 조치를 못 했고, 달리 징수도 하지 못한 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이 되자 국가가 확정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쟁점은 위 소가 중단사유가 되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해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입법형식상 민법에 따른 중단사유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둔다는 것은 어색하다. 오히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에 민법과 무관하게 중단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그중 일부 사유들은 민법상 중단사유와 중복되는 점에 비추어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으로 보인다. 이에 의하여 중단사유에 관한 민법 규정은 배제된다고 봄이 상당해 보인다. 또 이는 국세기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여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에 의하더라도, 민법의 중단사유 규정을 준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부득이한 측면이 있어 보이나, 법리적으로는 의문이 있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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