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해로부터 온 평화의 울림
[기고] 서해로부터 온 평화의 울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2002년은 대한민국이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억한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던 그 해 6월 29일 서해에서는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진 우리의 용사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우리 해군 고속정을 향해 기습 함포공격을 벌여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한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피격된 참수리357정에는 200여개가 넘는 총포탄 구멍이 뚫려 있어 당시 교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북한의 서해도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어뢰 공격으로 침몰하였다. 이로 인해 천안함에 탑승했던 46용사가 전사하고 구조작업을 하던 한주호 준위가 순직하는 등 6.25전쟁 이후 우리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이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연평도 군부대와 민간지역에 기습적으로 방사포 170여발을 포격하였다. 연평도 포격도발로 해병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여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 민간인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으로 희생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서해수호 사건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있었던 천안함 사건 발생일인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제정하였다.

올해는 벌써 다섯 번째를 맞는 서해수호의 날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서해수호의 날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서해수호의 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욱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서해수호의 날은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날처럼,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해 전사자에 대한 추모를 넘어, 국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같이 보내려고 한다.

경기동부보훈지청에서도 서해수호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카드뉴스 제작을 통한 SNS 홍보와 추모이벤트, 추모엽서 쓰기, 특별사진전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해수호의 날을 앞두고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씀이 떠오른다. 이는 비단 독립사적인 메시지만은 아닐 것이다. 서해의 희생은 흘러간 과거의 아픈 역사이지만 우리가 기억한다면 현재에 남아 미래를 향할 것이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다시 서해에서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평화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관심과 기억 속에서 평화는 잉태되고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서해를 지키는 원천이고, 서해수호의 날을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곧 우리 자신을 위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연일 답답한 상황이지만 서해수호의 날인 3월 27일 하루만큼은 아름다운 서해를 떠올리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준 평화의 울림을 잠시나마 느껴 보았으면 한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